대우건설, 매각 불발 내부선 '환영'…구조조정 등 후폭풍 '근심'
전영삼 산업은행 자본시장부문 부행장이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대우건설 매각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호반건설의 의사결정 구조가 김상열 회장 1인에 의해 이뤄지다보니 조직문화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죠. 그런면에서 인수불발은 다행으로 여깁니다"
"구조조정 논의가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들 말은 하지 않아도 느끼고 있죠. 다만 산은이 책임을 임직원으로 돌릴 경우 노조 등에서 적극 나설 것입니다"
호반건설과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된 것에 대한 대우건설 내부의 평가다. 외부의 시선과는 달리 '오히려 잘됐다'는 안도감이 더 크다.
대한민국 건설산업의 한 역사를 써왔다는 '대우맨'들의 자존심 때문에 13위 호반건설에 인수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긴 것이 사실이다. 특히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있어 시간만 조금더 있다면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어서다. 실적이 어느 정도 호전된다면 더 좋은 주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란 희망도 묻어난다.
하지만 이번 매각 불발로 구조조정 바람이 불 것이란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더 좋은 값을 받고 더 많은 인수희망자를 확보하려면 몸집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여서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당시 김상열 회장 1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호반건설의 조직문화와 대우건설 문화가 제대로 융합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컸다. '건설 인재사관학교' 등으로 불렸던 만큼 대우건설 직원들의 자긍심에 상당한 상처가 됐다.
특히 대우건설은 아픈 상처가 있다. 2009년 12월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사들인 금호그룹이 워크아웃을 선언하면서 산은 산하로 다시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 임직원들은 구조조정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대우건설 노동조합 관계자는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매각 절차를 진행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우건설은 주택은 물론 해외사업 및 국내 토목 등 다양한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만큼 인수하려는 건설사가 자금조달 건전성을 갖췄는지, 해외사업 경험이 있는지, 그에 따른 위기관리능력이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장 호반건설 인수 불발로 대우건설 임직원들은 건설 명가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추가 구조조정에 대한 걱정도 동시에 커졌다.
현재 대우건설은 KDB산업은행 지시로 전체 해외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작했다. 산은은 모로코 사피 화력발전소 손실을 계기로 나머지 해외 사업장 부실 역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해외 사업장 전수조사가 완료되면 산은이 보다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보고 있다.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관련자에 대한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추가 부실이 발견되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인력 감축에 나설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