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절벽' 서울 아파트시장…어떤 집이 팔렸나?
서울의 아파트 단지의 모습 |
9·13 부동산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절벽이 심화되는 가운데 특히 대책 직격탄을 맞은 고가 아파트의 거래비중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거래량('신고건수' 기준)은 총 356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총 1만190건이 거래된 10월 대비 한 달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택시장이 장기침체에 빠졌던 2013년 8월(3149건) 이후 5년 3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고강도 세금·대출 규제인 9·13 대책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 매수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거래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현재 주택거래신고는 계약 후 2개월 이내에 하도록 돼 있다. 지난달 거래량엔 9~10월 계약건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를 제외하면 지난달 순수 계약건은 더 적어진다.
주택 거래를 '계약일' 기준으로 분류해놓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서울 지역 아파트 중 실제 지난달 계약이 체결돼 신고가 이뤄진 것은 현재(3일 기준)까지 556건에 불과하다. 아직 신고하지 않은 건은 집계되지 않아 건수는 계속 늘어나겠지만 현시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 정도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계약 추이와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볼 때 향후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건은 월 3000건대도 무너져, 거래절벽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주택시장에선 역대급 거래절벽 가운데서도 어떤 주택들이 거래가 되고 있는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 계약건 556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74.3%인 413건이 6억원 이하 아파트인 것으로 기록됐다. 6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는 143건(25.7%)으로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는 9·13 대책 전과 큰 차이를 보인다. 대책 직전 주택시장 과열이 극에 달했던 8월의 경우 총 1만4932건의 아파트가 계약됐는데, 이 중 6억원 이상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46.9%(7022건), 6억원 이하는 53.1%(7960건)으로 차이는 크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다주택·고가주택 소유자를 직접 타깃으로 잡으면서 6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거래비중이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다.
반면 6억원 이하 아파트의 경우 상대적으로 규제 강도가 덜하고 상승여력이 남아있다 판단해 실수요와 투자수요의 매수세가 그나마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6억원 이하 아파트는 강화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영향을 받지 않다보니 이를 찾는 투자수요가 일부 있다"며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단지들이 많아 갭맞추기로 아직 거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무주택 실수요자의 경우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출 규제가 10%씩 완화된다. 현재 서울의 경우 LTV·DTI가 40%로 낮아졌는데, 6억원 이하 아파트의 경우 최대 50%까지 대출을 이용할 수 있어 내집마련을 노리는 실수요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아파트 매매 계약을 지역별로 분석해보면 동대문구가 66건으로 가장 많았고, 노원구 41건, 구로구 39건, 성북구 33건, 도봉구 30건 순으로 거래가 많았다. 이들 대부분이 강북권의 저평가지역으로 평가받는 곳으로 6억원 이하 아파트가 다수 포진돼 있다. 거래량 하위 지역엔 종로구(5건), 중구(7건), 마포구(13건), 성동구(14건), 동작구(14건), 강남구(14건) 등이 포함됐다. 연초 대비 가격 상승폭이 크고 고가 아파트가 포진된 지역들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서울 아파트 시장이 조정국면에 진입하자 매수자들은 가격이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분위기"라며 "저평가 지역들의 아파트가 아직 거래되고 있지만 역시 갭메우기가 끝나면 거래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