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정비사업 수주 '반토막'…대림·현산·GS 順
올해 대형건설사의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일감이 지난해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건설사 중에는 대림산업이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고 대우건설이 제일 저조했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3일 현재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10대 대형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액은 10조2468억원이다. 지난해 정비사업 수주액(19조2184억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정비사업 시장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을 앞두고 크게 달아올랐다. 강남을 중심으로 재건축 조합들이 사업 일정을 앞당기면서 시공사 선정도 봇물 터지듯 이뤄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재건축 시장을 타깃으로 한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정비사업 시장 규모도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던 건설사들도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수주전에만 뛰어드는 등 몸을 사렸다.
올해 가장 많은 수주액을 기록한 곳은 대림산업이다. 대림산업은 현재까지 전국 8개 사업지에서 1조9391억원을 수주했다.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대구 서구의 '서대구지구' 재개발로 공공지원 민간임대 연계형 정비사업이다. 이 사업은 대구 서구 평리동 1354-1번지 일대에 아파트 2871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신축하는 것으로 공사비는 5732억원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앞으로도 수익성과 분양성이 담보되는 사업 위주로 선별적 수주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에 이어 2위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차지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총 6건의 사업을 따내며 1조7191억원의 수주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7월 사업비 8087억원 규모의 반포주공1단지 3주구를 최종 수주하며 올해 시장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올해 단일 기준 서울 재건축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업지였다.
3위는 GS건설이 이름을 올렸다. GS건설은 올해 총 5건을 수주하며 1조5742억원의 수주액을 기록했다. 지난 5월 경기 과천주공4단지(4071억원)를 비롯해 성남 은행주공, 대전 도마변동3구역 등 알짜 사업을 대거 수주했다.
이어 포스코건설과 롯데건설이 각각 1조1699억원(4건), 1조237억원(4건) 등으로 4위와 5위를 기록했다. 올해 정비사업 수주실적 1조원 이상을 기록한 곳은 이들 5개 건설사뿐이다.
지난해 사업비 2조6000억여원 규모의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를 수주하며 압도적인 1위(4조6467억원)를 기록했던 현대건설은 올해 7883억원에 그쳤다. 지난 6월 알짜로 꼽혔던 강남구 대치쌍용2차 재건축사업을 수주하며 시장에 존재감을 발휘했다.
정비사업 시장에서 모습을 감춘 삼성물산을 제외하면 대우건설이 가장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대우건설은 올해 3건 5259억원의 수주실적을 기록했다. 최근 성남 은행주공 재건축 수주전에서 김형 사장이 직접 나서 강한 수주 의지를 밝히는 등 막판 뒤집기를 시도했으나 아깝게 패배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GS건설 컨소시엄에 맞서 단독으로 참여했던 대우건설이 성남 은행주공 사업을 수주했으면 단숨에 4위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이 밖에 SK건설은 8071억원(5건·6위), 현대엔지니어링은 6995억원(3건·8위) 등을 기록했다.
대형건설사의 한 정비사업팀 관계자는 "정비사업 시장 규모가 쪼그라들면서 플랜트사업에 이어 주택 분야에서도 인력 감축 등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면서 "정부의 정비사업 수주 단속도 강화돼 어려운 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내년 한남뉴타운 등 서울 주요 재개발 사업 수주를 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