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사우디 원전 예비사업자 유력"…건설사들 '잰걸음'
건설 중인 UAE 바라카 원전의 모습. 바라카 원전 1호기는 지난달 준공했다. |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전 사업에 국내 건설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예비사업자 명단에 우리나라가 포함되면 구체적인 컨소시엄 조건의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여 대형건설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원전업계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사우디는 1400MW급 원전 2기를 짓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비 규모가 최소 120억달러(한화 12조7500억여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발주처인 사우디 원자력재생에너지원은 이르면 4월 말 쇼트리스트(예비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 한국전력을 비롯해 러시아(로사톰), 프랑스(아레바), 중국(CGN), 미국(웨스팅하우스) 등이 경쟁 중이다.
원전업계는 한전이 세 곳으로 압축될 예비사업자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종 사업자 선정 여부를 논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시공 능력 등을 바탕으로 이번 (사우디) 수주전에서 쇼트리스트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업계는 5월 초 사우디의 칼리드 알 팔리흐 에너지 장관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것도 예비사업자 선정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해석했다.
아직 대형건설사들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현재 정부와 관련 업계는 사우디를 포함해 해외 원전사업 수주를 위해 '팀코리아'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팀코리아에 포함된 건설사는 UAE 원전 시공사로 참여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외에도 대우건설 등 다수의 대형건설사가 참여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예비사업자 명단이 발표돼야 발주처의 입찰조건 등 구체적인 내용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내다봤다. 예비사업자 발표 후 주관사인 한전이 입찰조건에 따라 시공사 선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도 그렇고 건설사들도 내부에서 논의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라며 "팀코리아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건설사가 참여한다고는 할 수 없고 (제시되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최종 사업자 선정까지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한전이 사업권을 따낼 경우 그 낙수효과가 충분히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한전이 지난 2009년 수주한 UAE 원전사업에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수주한 금액은 각각 3조4977억원, 2조8499억원이다. 국내외 수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수조원대 시공권은 큰 이익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우리나라가 최종 수주를 확정짓기까지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은 상당하다는 게 원자력업계 시각이다.
가장 큰 난관 중 하나가 미국과의 원자력협정이다. 이 협정에 따라 미국의 원전기술을 사용하는 나라는 원전을 수출할 때 미국 정부와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내 수출형 원전인 APR-1400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을 기본으로 만들어졌다. UAE 수출 당시 한전이 갖추지 못했던 핵심설계 코드, 냉각재펌프, 원자로 계측제어시스템 등 3가지 기술을 지난해 국산화했다. 이를 두고 미국 측과 협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미국 방문에 원전업계 주요 인물들이 동행한 것은 미국과의 원자력협정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자력협정) 논의가 없으면 사우디 원전 수주는 힘들 수 있는데 이 때문에 미국과의 컨소시엄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원자력협정 논의가 잘 마무리되면 사우디 원전 수주를 위한 큰 산을 넘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