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피소액 5조 넘었다…충당부채 6.3%만 적립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대규모 소송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0대 건설사가 피소된 소송만 1000건이 넘고, 소송액도 5조원을 넘어섰다. 1년 새 수천억원이 늘었다. 건설사들이 소송에 때를 대비해 쌓은 충당부채는 피소액의 6%대에 불과해 패소 시 재무지표가 나빠질 우려도 있다.
3일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업체가 피소된 소송 총액은 약 5조345억원으로 전년(약 4조2160억원) 대비 8185억원(19.4%) 늘었다. 소송 건수는 1235건으로 전년(979)보다 26.1% 증가했다.
업계 맏형인 현대건설은 지난해 피소액이 가장 많이 늘었다. 현대건설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피고로 계류 중인 소송은 214건, 소송액은 총 9369억원에 달한다. 1년 전(6049억원)보다 3320억원(54.9%) 늘어 10대 건설사 중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주요 소송 내용은 입찰 담합과 하자보수 비용청구, 해외사업의 분쟁 등이다.
현대건설은 "현재 계류 중인 소송사건의 결과를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며 "소송과 관련해 충당부채를 계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이 현재 계상해놓은 소송 충당부채는 총 피소액의 4% 정도인 약 379억원에 불과하다.
소송액과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이 지난해까지 국내·외에서 피소된 소송은 총 251건이다. 피소액은 약 1조330억원에 이른다. 삼성물산은 건설과 함께 상사, 리조트, 패션 부문 피소건이 일부 더해져 소송액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소송 충당부채를 사업보고서에 따로 명시하지 않고, 제품보증 및 사업의 리스크를 포괄적으로 반영한 기타 충당부채에 포함해놨다. 이 금액은 피소액의 9.9% 수준인 1024억원이다.
GS건설도 지난해까지 피소액이 7816억원(103건)에 달해 10대 건설사 중 세 번째로 많았다. 전년(6340억원) 대비 1476억원(23.3%) 늘어 증가 폭도 컸다. GS건설은 피소액의 0.3%인 24억원을 소송 충당부채로 계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송 충당부채가 피소액과 차이가 큰 것은 패소 가능성이 높은 사건만 충당부채를 잡고 있기 때문"며 "컨소시엄 사업장은 피고가 여러 업체여서 실제 손실 금액은 작아질 수 있다"고 해명했다.
포스코건설과 롯데건설은 일부 소송이 마무리되면서 피소액이 줄었다. 포스코건설은 4611억원에서 4430억원으로 3.9% 줄었고 롯데건설은 845억원에서 661억원으로 21.7% 감소했다.
그 밖에 Δ 대림산업(129건·약 7199억원) Δ 대우건설(170건·약 7065억원) Δ SK건설(74건·약 2066억원) Δ HDC현대산업개발(95건·약 908억원) Δ 현대엔지니어링(14건·약 498억원)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건설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의 소송 분쟁까지 늘어나 경영상 잠재 리스크가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