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린 한국감정원, 업무 영역 확대에 속내 복잡
서울 송파구 아파트 전경 |
한국감정원이 국토교통부의 부동산 규제 선봉장에 섰다. 기존 담당했던 부동산 공시가격은 물론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업무, 청약업무시스템 일원화 업무까지 담당하게 됐다. 감정원 안팎에서 기회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감정원은 최근 '공사비검증부'를 신설했다. 부서는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업무를 전담한다. 4명의 상근직원과 15명의 비상근직원이 소속돼 있다. 감정원은 공사비검증부서를 늘려갈 계획이다.
공사비검증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에 따라 마련됐다. 개정안은 조합원 20% 이상이 공사비 증액 검증을 요청하거나 사업 단계별로 공사비가 일정 비율 이상 늘어나면 감정원 검증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지난 5일 국회를 통과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전담부서 신설 이후 전국 각 조합에서 검증 업무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감정원 검증 업무는 재건축 관리처분계획 인가 단계에서도 이뤄진다. 개정안은 조합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할 때 사업시행계획 때보다 사업비가 10% 이상 늘어날 경우 감정원의 타당성 검증을 의무화했다. 기존 검증 업무는 해당 지자체에서 담당했다. 지난 2017년 하반기 2018년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시행을 앞두고 서울 강남권 지자체가 우후죽순으로 재건축 인허가를 내주면서 시장 과열을 불러왔다. 개정안 마련으로 국토부가 감정원을 앞세워 정비사업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왔었다.
감정원 업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재 금융결제원이 담당하는 공동주택(아파트) 청약업무시스템을 10월부터 감정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청약업무시스템 이관으로 불법 당첨자 관리, 부적격 당첨자 검증, 주택 통계시스템 연계 강화를 꾀할 방침이다.
부동산 공시가격 일원화도 관건이다. 공시가격 일원화 논란은 감정원과 감정평가사협회의 해묵은 과제다. 최근 감정원은 공시가격 선진화의 일환으로 공시가격 산정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표준주택-공동주택 공시가격은 감정원이, 표준지 공시가격은 감정평가사협회 소속 감정평가사가, 개별공시지가·개별주택 공시가격은 지자체에서 맡고 있다.
감정원 업무 영역 확대가 기회이자 위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역을 늘리는 만큼 조직의 세를 불릴 수 있으나 그만큼 책임도 커지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주도하고, 행동은 감정원이 하면서 그 비난의 화살은 감정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 국토부가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를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관련 민원 업무가 감정원에 쏟아지고 있다.
감정원 관계자는 "내부에서 정부 출범 이후 집값이 뛰면서 감정원의 역할이 많아진 것 같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며 "업무가 늘면서 책임도 커지니 부담도 느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