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임대차 시장 안정권 진입…월세비중 4년만에 25% 아래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이 약 4년 만에 24%대까지 떨어졌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서 주택 임대차 시장이 안정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지역에서 이뤄진 아파트 전월세 계약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4.77%(29일 기준)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1.14%포인트(p), 전년 동기 대비로는 3.45%p 낮아진 것이다. 서울 아파트 월세비중이 25%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4년 11월(23.71%) 이후 약 4년 만에 처음이다.
이달 서울에서는 총 1만5220건의 전월세 계약이 이뤄졌는데, 그 중 전세가 1만1450건, 월세는 3770건이었다.
서울 아파트 월세비중은 2015년 3월(31.23%) 사상 처음 30%를 돌파한 뒤 줄곧 30%대를 유지하며 '월세시대'를 예고했다. 지난해 3월에는 35.6%까지 치솟았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자 집주인들이 높은 임대수익을 얻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의 경우 임대수요가 풍부해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월세비중은 이후 7개월 연속 감소해 지난해 10월 2년8개월 만에 최저치인 28.2%까지 떨어졌다. 이후 11월 잠시 30%선을 회복했다가 지난 2월까지 3개월 연속 29% 중후반대에 머물며 30%대 재진입을 노렸다. 그러나 3월 감소폭이 커지면서 저항선 격인 28%선이 무너졌고 6월에는 26%대로 떨어진 뒤 보합을 유지하다 이달 24%대까지 내려앉았다.
지역별로는 지난해 10월 32.93%의 월세비중을 기록했던 광진구가 올해 19.69%로 13.23%p 떨어져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지난해 33.96%였던 중랑구도 올해 22.90%로 11.05%p 줄었고 종로구, 영등포구, 서대문구, 강북구 등도 6~9%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월세시장이 주춤해진 것은 최근 전세 공급이 늘어나면서 서울 임대차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난 데다 최근 1∼2년새 급증한 '갭투자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들이 새로운 전세 공급원이 되면서 전세물량이 늘어났다. 전세물량이 늘자 상대적으로 월세보다 임대비용 부담이 적은 전세를 선택하면서 월세 거래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서울지역 아파트 입주 물량은 3만9500가구로 5년 평균치인 3만1800가구 대비 24.2%가 많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 과밀억제권역에서도 5년 평균치보다 37.6% 많은 6만1100가구가 입주한다. 신규 입주 아파트의 경우 집주인이 잔금을 충당하기 위해 월세보다 보증금이 높은 전세로 임대를 내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최근까지 서울 집값 상승이 지속되자 전세를 끼고서라도 집을 사려는 '갭(Gap)투자' 수요가 이어지면서 전세 공급원의 역할을 했다. 갭투자란 집값과 전세금의 차이를 이용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투자 방식을 말한다. 예컨대 6억원짜리 아파트의 전세가 5억원이면 1억원을 가지고 집을 사는 것이다.
가을 이사철이 한창이지만 전세 물량 증가 영향으로 전셋값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전세값은 전월 대비 0.14% 오르는 데 그쳤다. 10월 상승률로는 7년 만에 최저치다. 10월 전세 상승률은 2015년 1.31%까지 기록하기도 했었지만 이후 3년 연속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서울 입주물량이 상당수 몰려 있어 전세 시장 안정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만 9·13 부동산대책 이후 주택시장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매매수요가 전월세 시장으로 대거 유입될 경우 전월세 물량이 줄어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갭투자 등 임대사업자들이 사들인 아파트가 전세 시장이 쏟아져 나오는 데다, 서울과 수도권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많아 앞으로도 전세 공급은 여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도 "올 하반기와 내년까지 서울, 수도권 입주물량이 다수 예정돼 있어 전세 공급은 안정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9·13 대책 이후 주택 수요 움직임에 따라 전월세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