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외면받는 국내 건설사…"올해도 300억달러 달성 어렵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국제유가 상승세로 300억달러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불투명한 상황이다. 3년 연속 300억달러 수주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18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현재 국내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223억달러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같은 수준이다. 수주건수는 지난해보다 19건(-4%) 줄어든 472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해외건설 수주는 기대와 달리 제자리걸음이다.
국내 해외건설 수주는 2010년 716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2015년 461억달러로 급격히 줄어든 이후 2016년(282억달러)부터는 300억달러도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해 290억달러로 1년 전보다 미력하나마 반등세를 보이면서 올해는 300억달러는 어렵지 않게 달성할 것으로 기대됐다.
2015년 배럴당 30~40달러 수준의 국제유가가 올해 들어 상승세를 보이면서 80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중동 산유국의 발주량 확대를 불러와 국내 건설사의 중동 지역 플랜트 수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10월 현재 수주 실적을 보면 300억달러 달성은커녕 지난해보다 수주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한 대형건설사의 관계자는 "기대했던 프로젝트 발주가 미뤄지면서 목표치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업계 전체로 봐도) 300억달러도 버거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중동 지역이 수주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동 지역은 75억달러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105억달러)보다 약 28%(30억달러)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수주 실적 1위 자리를 아시아에 넘겨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동 지역은 국내 해외건설 실적 누적액(8017억달러)의 절반 이상인 4310억원으로 국내 해외건설의 텃밭으로 꼽혔다. 2010년 이후 아시아의 수주액이 중동보다 앞섰던 해는 2013년, 2015년, 2016년 등 세 번이다.
같은 기간 아시아는 119억달러로 1년 전(103억달러)보다 16억달러 늘었고 지난해 전체 수주액(124억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주요 해외건설 시장 가운데 수주액 증가가 예상되는 곳은 아시아가 유일하다.
태평양·북미 지역의 수주가 10억달러로 지난해 전체 5억5000만달러를 일찌감치 돌파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태평양·북미 지역의 공사 건수도 지난해 12건에서 올해 31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 밖에 중남미 7억달러, 아프리카 6억7000만달러, 유럽 3억9000만달러 등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 상승에도 해외건설 수주 악화의 원인으로 국제 수주환경 변화, 국내 건설사의 수주 경쟁력 약화 등은 물론 중동의 지정학적 여건 악화 등이 지목된다.
먼저 국내 건설사는 2010년대 초반 무리하게 해외수주를 하면서 경영 위기를 겪었다. 당시 후유증은 이제야 안정화되는 모습이다. 업계는 해외사업 실패를 국내 주택부문에서 만회했다. 해외수주 악몽에 국내 부동산경기 호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까다로운 해외사업보다는 국내 주택산업에 치중한 결과 글로벌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연구기관의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올해 초 발표한 '건설산업 글로벌 경쟁력 종합평가'에서 지난해 우리나라는 20개 국가 중 9위로 1년 전(6위)보다 3단계 하락했다.
또 최근 국제유가 상승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등 지정학적 이유로 수급불균형에 따른 것이어서 '국제유가 상승=발주 확대'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발주가 기대됐던 이란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정치적 리스크로 대형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국가들의 지정학적 이유로 발주 확대가 제한적"이라면서 "수주 경쟁력 저하에 경쟁국의 금융 지원 등으로 국내 건설사의 입지가 좁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경쟁사와 컨소시엄 등을 통해 일감을 확보하는 게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5일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 3개국을 방문하기 위해 출국길에 올랐다. 김 장관은 19일까지 3개국 고위급 인사를 만나 국내기업의 수주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