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북풍' 기대감에 잰걸음…"TF 구성·정보 수집"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서명식에서 선언문에 서명한 후 손을 맞잡고 들어보이고 있다. |
판문점 선언으로 남북 경제협력사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건설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정보를 수집하고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남북경협을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건설사는 대우건설이다. 대우건설은 남북경협 수주를 위한 TF를 꾸릴 예정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10여명 안팎의 TF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토목 분야를 비롯해 플랜트 등 다양한 사업팀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과거 신포 경수로사업을 비롯해 국도 1-7호선, 경의선 등 다양한 대북사업에 참여했으며 당시 임직원이 현직에 있다는 것 또한 강점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건설업계 맏형인 현대건설은 아직 구체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국내 주요 건설사 가운데 대북사업 경험이 가장 많아 향후 남북경협이 가시화 될 경우 가장 활발하게 사업을 추진할 곳으로 꼽힌다.
현대건설이 지금까지 수행한 대북사업은 21개 사업으로 총 7090억여원 규모다. 금강산여객선 부두시설공사, 대북경수로 원전주 설비공사, KEDO 원전공사, 평양 아산 종합체육관 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과거 대북사업 경험을 토대로 관련 동향을 수집하며 내부적으로 (남북경협 사업 준비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현대건설과 함께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대북사업을 추진한 현대그룹 현대아산의 역할도 주목된다.
현대아산은 남북경협을 위한 별도의 조직을 꾸리진 않았으나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홈페이지 팝업창을 통해 "'남북경협을 선도하는 기업'이란 기업모토 아래 멈추지도 흔들리지도 않고 담담하게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발맞춰 건설 유관기관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10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건설통일포럼'을 꾸렸다. 건협은 오는 9일 대규모 관련 포럼을 열고 북한 인프라 시장 개방과 그에 따른 경제적 효과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건설업계는 남북경협이 가시화되면 철도와 도로 등 인프라 분야 사업이 우선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판문점 선언문에 철도와 도로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실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열악한 도로와 철도 사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판문점 선언에는 "남북이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고 일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가 북한 도로나 항만 등 SOC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규모를 28조원으로 추정했다. 플랜트 사업 등까지 포함할 경우 그 규모는 최대 35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판문점 선언 이후 풀어야할 과제들이 많아 대북사업이 구체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대북 제재가 상당하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풀어야할 난제가 상당하고 당장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결과도 지켜봐야 한다"며 "대북사업이 추진된다면 구체적인 윤곽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