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SRT 공사비리' 지급대금 168억 모두 사기 편취액"
수서고속철도(SRT) 공사를 저진동·저소음 공법으로 진행하기로 계약한 뒤 일반 화약발파 방식으로 진행한 토건업자 등에 대해 지급된 168억원 전부를 사기 편취액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두산건설(시공사) 현장소장 함모씨(57)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7일 밝혔다.
함씨 등은 하도급 업체 등과 짜고 지난 2015년 1~10월 수서~평택 고속철도 2공구(3.2㎞)에 대한 노반신설공사를 슈퍼웨지공법으로 진행하겠다고 속여 철도공단으로부터 168억원의 공사대금을 지급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2015년 4월 설계업자와 공모해 화약발파로 굴착공사가 완료된 구간에 대해서도 슈퍼웨지공법 구간으로 설계를 변경해 11억원대의 공사대금을 타낸 혐의도 받았다. 이들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발주처인 한국철도시설관리 공단 직원들에게 수천만원 대의 향응·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급심은 함씨의 사기 등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편취액을 특정할 수 없어 특경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두산 컨소시엄이 얻은 이득액은 슈퍼웨지 공법으로 산정된 공사대금과 실제 굴착공사에 상응하는 공사대금의 액수 미상 차액인데, 해당 액수에 대한 증명이 덜 됐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교부된 기성액 전부를 사기죄의 편취액으로 봐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금원 편취를 내용으로 하는 사기죄는 기망으로 인한 금원 교부 자체로 죄가 성립되고, 대가가 일부 지급된 경우에도 편취액은 차액이 아니라 교부 금원 전부"라며 "두산 컨소시엄이 취득한 이득액도 피해자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교부받은 기성금 전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안전과 소음·진동으로 인한 주민 피해 등을 고려해 화약발파에 비해 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 슈퍼웨지 공법으로 시공하기로 계약했음에도 피고인은 공사 초반 일부를 제외한 상당 부분을 계약 취지에 반하는 형태로 공사를 한 후 계약대로 시공한 것처럼 철도공단을 기망했다"며 "이는 사회통념상 권리행사의 수단으로서 용인할 수 없는 정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손해액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며 이유무죄로 판단한 특경법상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하급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한편 2심 재판부는 함씨에게 징역 4년을, 공사팀장 최모씨(47)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철도시설공단(시행사) 전 부장 박모씨(50)에게는 징역 4년에 벌금 1억원을, 하도급업체 부사장 김모씨(49)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벌금 5억원이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