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 강남도 썰렁
정부가 집값 안정화 기조로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경매 시장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서울 아파트가 '묻지마 입찰'로 낙찰가율 100%를 웃돌던 예년 분위기는 시들어가고 있다.
5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97.4%를 기록했다. 2018년 100%를 유지하던 기세는 12월(96.2%)을 기점으로 내려앉았다. 1월 평균 응찰자 수도 4.4명으로 2012년 7월(4.1명) 이후 약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매시장이 한풀 꺾인 이유는 대출 규제다. 정부가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돈줄을 죄면서 한파를 피할 수 없었다. 최근 집값이 떨어진다는 불안감이 커진 것도 경매시장을 찾는 발길이 줄어든 이유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는 12주 연속 하락세다.
서울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9월 26억6500만원·27억원에 실거래됐다. 이달 법원에 감정가 23억원에 경매시장에 첫 등장 했지만 유찰됐다. 수요자들은 4억원가량 싼 반포동 아파트에는 주목하지 않았다. 약 4개월 동안 동일면적 상품의 거래가 진행되지 않아 적당한 시세 판단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보수적으로 경매시장에 진입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로 범위를 좁히면 분위기 하락은 두드러진다. 지난달 낙찰가율은 90.8%로 2017년 8월 84.5% 이후 최고로 낮았다. 평균 응찰자 역시 4.1명으로 2015년 12월(3.9명) 이후 가장 적다. 지난해 9월 12명의 평균 응찰자와 107%의 낙찰가율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수요자들은 경매의 특성인 시세보다 싼 가격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전용면적 138㎡는 지난해 10월 17억·17억8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달 3일 경매시장에 감정가 16억1700만원에 매물로 나왔지만 유찰됐다. 최근 시세가 하락하면서 감정가가 시세와 엇비슷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경매 시작점인 감정가는 입찰 개시 약 6개월 전 책정하는 탓이다. 감정가보다 20% 낮아진 가격으로 나오는 재경매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계산이다.
전문가들은 강남권은 절대적인 감정가가 높아 대출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가하자 안전자산으로 평가하는 강남조차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당분간 경매시장도 기존 부동산시장과 같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서지우 지지옥션 연구원은 "기존 부동산 시장이 대출 규제 여파로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경매 수요자들 역시 보수적으로 감정가를 판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