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시기 1년 지연 현실화…서초구 재건축 조합들 노심초사
서울시가 이주시기 조절 카드를 통해 재건축 압박에 나서면서 사업 지연 우려가 현실화됐다. 잠실에선 이주시기가 6개월 연기된 단지가 등장했다. 특히 서초구는 이주심의를 앞둔 재건축 단지가 1만가구가 넘는다. 이들 단지 사업일정이 일시에 몰리자 최대 1년까지 이주가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3차·경남아파트(2396가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2091가구) △방배13구역(2296가구) △한신4지구(3325가구) 재건축 단지의 이주 심의가 다음달 진행될 예정이다.
이중 △반포3차·경남(7월∼11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7월∼12월)△방배13구역(7월∼11월) 조합이 원하는 이주시기가 상당부분 겹친다. 이들 단지 일부는 내년으로 연기될 공산이 크다. 도미노 현상으로 한신4지구(2019년 2월∼6월)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심의 서류는 모두 접수됐다"며 "4개 단지의 일괄 진행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시는 전월세 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조례에 따라 재건축 단지 이주시기를 최대 1년까지 조절할 수 있다. 단일 단지 규모 혹은 주변 단지를 합쳐 2000가구 이상이 대상이다. 문제는 서초구다. 당장 1만가구가 일시에 재건축이 추진되면서 이주 지연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조합원들은 서울시 심의 결과에 우려를 표하는 분위기다. 애초 계획보다 이사시기가 늦춰지면서 전체적인 사업지연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포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은 올해 안에 이주할 것으로 믿고 있었다"면서도 "지금 추세라면 이주가 해를 넘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시는 지난 26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송파구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는 7월 이후, 진주아파트는 10월 이후로 이주 시기를 조정했다. 이에 따라 진주아파트는 애초 계획보다 반년 이상 이주가 지연됐다. 애초 이들 단지는 오는 4월부터 이주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업계에선 서초구 일부 단지는 최고 1년 가까이 이주가 지연될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개별 단지가 최대 3000가구 이상으로 주변 전월세 시장에 주는 파급효과가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서초구 입주물량은 멸실가구와 비교해 턱 없이 부족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초구 입주물량은 3728가구로 예정돼 있다. 내년은 593가구만이 입주한다. 서울시가 최대한 이주시기를 연기할 카드를 꺼낼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조합들도 일단 송파구 사례를 비춰 시 결정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조합 관계자는 "계획보다 3개월 정도 지연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면서도 "이사가 1년 연기된다면 조합원들 불만이 심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현지에선 사업 지연을 우려하고 있다. 이주가 늦어지면 추가적인 사업비 투입과 금융비용 증가로 조합원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이주문제와 별도로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각종 소송뿐 아니라 조합 내부갈등이 이어지면서 구청이 쉽게 관리처분인가를 내주기가 어렵다는 견해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구청도 조합이 각종 소송에 휘말리면서 관리처분인가를 내줄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오는 6월 지방선거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