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집값 하락세 뚜렷…역대 최대 분양물량 예고한 건설사 '긴장'
부산 부동산 시장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그동안 세종시와 함께 지방시장을 이끌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집값이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시장이 악화되면서 올해 역대 최대 분양물량을 예고한 건설사도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추가적인 미분양 우려에 사업 연기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오는 분위기다.
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부산 매매가격은 지난 1월 0.07% 하락한 데에 이어 지난달에도 0.08% 떨어지며 올 들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는 2013년 9월 이후 첫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업계에선 부산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해운대구조차 힘을 못 쓰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 해운대구는 지난해 8·2 부동산대책 이후 주간변동률이 한 차례도 상승하지 못했다. 올해 청약도 부진을 겪었다. 지난달 분양에 들어간 부산 해운대구 '센텀 천일스카이원'은 1순위 평균 경쟁률 1.0대1을 기록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부산에선 대형사 브랜드 단지를 제외하면 주목을 받지 못해 당연한 현상"이라며 "집값 하락과 겹치면서 가라앉은 분위기가 부산 전반으로 퍼질 수 있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다른 부동산 지표도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부산의 미분양은 2291가구로 전년 동기(1102가구)와 비교해 2배 넘게 급증했다. 이는 정부 규제로 투자자들이 분양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 해운대구·연제구·동래구·남구·수영구·부산진구(6개 구)는 분양권 전매가 금지됐다. 예년과 같은 '단타' 투자가 불가능한 셈이다.
부동산 호황을 틈타 쏟아낸 물량이 입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입주 과잉으로 떨어진 전셋값이 자연스럽게 집값을 끌어내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부산 연도별 입주는 △2014년 2만2752가구 △2015년 2만1610만가구 △2016년 1만2665가구 △2017년 2만152가구 △2018년 2만3201가구(예정)다. 현지에선 적정 입주는 1만7000가구 안팎으로 보고 있다.
이영래 부동산서베이 대표는 "2016년 입주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집값 상승폭이 컸다"며 "이후 8·2대책 이후 가파르게 올랐던 가격에 부담이 생겨 조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건설사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올해 분양은 물량은 4만3070가구로 지난 5년 중 최대치다. 자칫 미분양이 추가돼 시장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초 건설사들은 올해 분양을 급격히 늘린다는 계획이었다. 일단 시장에선 계획물량이 다 소화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다.
업계에서도 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투자자를 끌어모은 분양권 전매가 사라져 당분간은 시장 약세가 지속될 것이란 예측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부산 주요지역에 전매제한이 있어 단기 투자자들이 사라졌다"며 "대형사 브랜드도 과거처럼 호황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우려를 공통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대형사보다 현재 미분양을 털지 못한 지역 업체의 고민이 커지고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시장 호황을 믿고 분양가를 마냥 높게 책정할 수 없어 수익률 저하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