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요양병원 10곳 중 4곳은 스프링클러 없다
26일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26일 발생한 화재 참사의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병원이 밀집되어 있는 서울도 요양병원 10곳 중 4곳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노인전문병원을 포함한 서울 소재 요양병원은 총 115개로 이중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는 곳은 76개로 조사됐다. 설치율은 66%로 10곳 중 4곳은 설치되지 않은 셈이다.
서울시는 26일 밀양 화재참사 이후 주말부터 각 지방자치단체 보건소로부터 스프링클러 설치 현황을 취합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한 결과 115개소 중 76개소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었다"며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최종결과는 76개소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6일 밀양 화재참사로 사망 39명을 비롯, 19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불길이 크지 않았음에도 초기 대응에 실패해 대규모 인명피해로 번졌다.
불이 났을 때 자동으로 물을 분사하는 스프링클러만 설치됐어도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병원과 같은 중소병원은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 적용되지 않는다.
서울에 위치한 병원은 총 500개다.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 요양병원을 총 망라한다. 일반 병원 214개, 요양병원 115개가 서울에 있다. 병원과 소규모 의원을 모두 포함하면 4000개가 넘는다.
500개 병원 중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은 320개에 불과했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에 따르면 정신병원이나 요양병원은 스프링클러를 강제규정으로 설치하도록 되어 있지만, 바닥면적이 1000㎡를 넘지 않는 중소 의료기관은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조항이 아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소규모병원은 강제성이 없다보니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세종병원 참사를 계기로 스프링클러 설치기준을 건물 용도별로 세분화하기로 했다. 병원은 환자나 노약자가 밀집되어 있어 작은 불길에도 대규모 인명피해를 낼 수 있는 만큼 면적을 기준으로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고려한 조치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전날 담당 부서와 현황 점검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을 논의했다. 서울시는 오는 6월까지 모든 요양병원에 간이 스프링클러 설비를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