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입주물량 넘치는데"…'몰아치기 분양' 나선 중견사들
중견 주택업체들이 지난해 미뤄뒀던 분양물량을 올해 대거 쏟아낼 전망이다. 하지만 대형사를 중심으로 올해 공급물량이 넘치는 데다 중견사의 경우 브랜드 선호도 등 상품경쟁력이 약해 미분양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5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동문건설, 중흥건설, 제일건설, 우미건설 등 주요 중견건설사들의 올 상반기 아파트 공급 물량은 24개 단지 총 1만9950가구(오피스텔 제외)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분양물량인 1만443가구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11개 단지 8110가구, 지방은 13개 단지 1만1840가구 분양이 예정돼 있다. 대부분이 택지지구, 도시개발사업지구 물량이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물량은 1곳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각종 규제 등의 여파로 건설사들의 분양계획이 상당수 미뤄졌다"며 "아직까진 청약시장 분위기가 좋은 만큼 가급적 빨리 물량을 털어내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시장 전망은 녹록지 않다.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공급물량이 예정된 데다 정부 규제가 본격화되고 추가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등 경기하방압력이 강해 대형사도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409개 사업장에서 총 41만7786가구의 민간 아파트가 분양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분양 실적인 26만4907가구보다 57.7% 늘어난 것이다. 최근 5년(2013∼2017년) 평균 분양실적(30만7774가구)에 비해서도 36%나 많다. 입주물량도 만만치 않다. 올해 전국 입주 예정 아파트는 총 43만9611가구로 지난해(38만3820가구)보다 14.5%(5만5791가구) 많다.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올해는 10대 대형 건설사 분양물량만 약 18만가구가 예정돼 있다. 지난해보다 5만가구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대형사의 경우 분양물량 대부분이 재건축·재개발 단지여서 입지나 상품성 등에서 봤을 때 중견사보다 경쟁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잇단 규제와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청약심리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청약 인기 지역인 서울의 지난해 청약 경쟁률(평균 13대 1)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6647가구로 전월대비 1.7%(940가구) 증가했다. 미분양은 8월 5만3130가구에서 9월 5만4420가구, 10월 5만5707가구, 11월 5만6647가구 등으로 석 달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후 미분양도 10월보다 157가구 늘어난 10만109가구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입지와 미래가치가 확실한 곳, 소위 되는 곳에만 청약통장이 몰리는 청약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고 비인기지역 중소·중견사 단지들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가건설이 1월 초 제주시 한림읍에서 분양한 '제주한림오션캐슬'은 1순위 청약 결과 68가구 모집에 청약자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아 '청약 제로'를 기록했다. 홍성건설이 전남 강진에 선보인 '강진코아루블루핀'도 194가구 모집에 1순위 청약 신청 인원은 단 3명에 불과했다. 라온건설의 '부안라온프라이빗'과 우미건설의 '남양주 별내지구 우미린2차'도 상당 물량이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청약을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주택시장은 악재가 워낙 산재해 있다보니 대형 건설사도 흥행에 위기를 느끼는 상황"이라며 "중견주택업체들은 브랜드 파워가 떨어지는 등 수요자 선호도가 더 낮아 자칫하다가는 미분양 물량이 급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