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해외수주 71억불 '반토막'…올해 목표 '빨간불'
건설업계의 해외수주 실적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없다. 지금 추세로 내리막길을 걷는다면 올해 해외건설 수주는 역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4월말 기준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은 71억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122억달러)보다 42% 감소했다. 수주 건수는 전년동기대비 5건(2%) 줄어든 203건을 달성했다.
중동지역 수주가 줄어든 것이 치명타였다. 한때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텃밭으로 불렸던 중동지역은 4월 수주액이 9억달러에 그쳤다. 지난해(36억달러)의 25% 수준이다.
최근 해외수주 버팀목이 됐던 아시아 지역도 1년전(74억달러)보다 35% 줄어든 48억달러를 수주하는데 그쳤다. 유럽은 5억2600만달러, 아프리카와 태평양·북미가 각각 3억3000만달러와 3억달러, 중남미가 1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해외건설 수주는 고유가 시절인 2013년 전후 연간 650억달러 안팎을 기록했으나 이후 하락세를 보였고 2016년에는 282억달러까지 떨어졌다. 2018년 321억달러를 기록하며 3년 만에 300억달러를 넘어섰다.
정부를 중심으로 해외건설 수주가 반등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으나 업계 상황은 대조적이다. 현재 추세라면 연말 300억달러는커녕 200억달러도 간신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A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프로젝트 발주 연기가 계속되면서 수주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늦어지면서 수주 상위권에서 대형건설사의 이름도 보기 어렵다. 상위 10개 업체 중 대형건설사는 GS건설을 비롯해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현대엔지니어링 6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상위 10위권은 모두 대형건설사였으며 2017년에도 9곳이었다.
올 하반기부터 수주 회복세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나온다. 현대건설은 이라크와 사우디에서 총 28억달러 프로젝트를 따낼 것이 유력하다. 이 밖에 GS건설, 대우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도 3~4분기 수주를 예상한다.
다만 건설업계는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본격화해도 실제 수주로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수주시장이 자금 조달력을 우선순위에 두면서다. 한 대형건설사는 과거 이란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고도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자금 조달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B건설사 관계자는 "경쟁국 업체가 공격적으로 수주전에 나서고 있어 (수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외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꾸려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