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복지 로드맵 3개월째 '만지작'…실수요·다주택자 혼선
9월부터 예고된 주거복지 로드맵 발표가 3개월째 미뤄지면서 실수요자는 물론 다주택자의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각에선 발표 일정이 11월을 넘길 경우 내년 정책추진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주거복지 로드맵은 8·2 부동산 대책 당시 정부가 예고한 정책 과제다. 20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기 위해 제공할 인센티브를 9월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내놓겠다고 밝혔다.
건강보험료 부담 경감과 과세 인센티브, 연간 17만가구의 공적임대주택 세부계획 등을 포함해 9월 중 공개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6차 핵실험 등의 대외변수로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정부는 가계부채 종합대책과 주거복지 로드맵 발표를 10월로 미뤘다. 이후 10월엔 가계부채 대책에 따른 시장의 변동성을 지켜봐야 한다는 명분으로 로드맵 발표는 다시 늦춰졌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와 관련 지난달 12일 열린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10월 말이나 11월 초 정도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11월 중반을 넘어선 지금까지 국토부의 발표는 여전히 감감소식이다.
일각에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 유도를 위한 건보료 인센티브가 로드맵 발표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건보료 인센티브는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 시 늘어나는 건보료를 완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최근까지 관련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기존의 부과기준을 확대해야 한다며 건보료 완화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최선을 다해 협의를 진행 중"이라면서도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밖에 발표 시점이 늦춰지면서 정부 안팎에선 주거복지 지원을 위한 재원방안과 세제지원 등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 대한 재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로드맵 발표가 늦춰지면서 지원책을 고대하고 있는 실수요자들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거복지 로드맵 발표가 늦춰지면서 특히 임대주택 거주자들은 신혼희망타운이나 공적임대주택의 공급방향을 알지 못해 부동산 규제 이후 내집마련 적기를 놓치고 있는 실정이다.
주거복지 로드맵에 담길 임대사업자 등록 인센티브를 주시하고 있는 다주택자도 마찬가지다. 8·2 대책 발표 시 정부는 다주택자들이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있게 유예기간을 준다는 취지에서 내년 4월1일 이후 매도분부터 양도소득세 중과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 경우 다주택자들은 임대사업자 인센티브가 기대에 못 미친다면 집 매각을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주거복지 로드맵 발표가 3개월가량 늦춰지면서 집을 팔 수 있는 시간은 3~4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당장 내년부터 주거복지 로드맵을 추진해야할 실무진들도 난감한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최소한 이달 중 주거복지 로드맵이 발표되지 않으면 세부사항 추진 일정 등이 어긋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