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 해외건설…'사우디 특수·정부 지원' 내년엔 반등할까
2010년 이후 해외건설 수주액.(자료=해외건설협회) |
내리막을 걷고 있는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가 내년 반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약 560조원 규모의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정부가 글로벌인프라벤처펀드(GIVF)를 조성하는 등 수주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건설업계는 해외 수주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은 있지만 숫자로 드러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신중한 모습이다.
6일 해외건설협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226억달러다. 올해 수주액은 지난해(282억달러)보다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나 당초 전망치를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건설경영협회는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을 지난해보다 23% 증가한 347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의 발주가 늘고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중동지역의 플랜트 수주가 재개되는 것에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국제유가 상승폭이 제한적이었고 이란의 발주가 더디면서 전망은 빗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수주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아무래도 보수적으로 수주활동을 펼친 데다 기대했던 만큼 발주도 원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내년 해외건설 수주 기대감을 키우는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사우디의 신도시 프로젝트다. 사우디는 최근 신도시 '네옴(NEOM)'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네옴 프로젝트는 사우디 북서부에 서울의 44배 규모(2만6500㎢) 신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약 5000억달러(약 560조원)가 투입될 전망이다.
사우디는 국내 건설업계의 수주 텃밭으로 불린다. 업계는 1973년 삼환기업의 알울라~카이바 고속도로 공사 수주 이후 현재까지 총 1789건 1391억달러(약 156조원)를 수주해왔다. 전체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의 약 18%다. 수주 기대감을 키우는 이유다. 대형건설사들은 네옴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정보 수집을 위해 움직이고 있으며 정부 역시 사우디 고위급 인사와 면담을 통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또 정부의 GIVF 조성 소식도 있었다. 850억원 규모로 조성될 GIVF는 국내기업의 해외인프라 개발 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개별 사업당 최대 100억원을 지원해 국내기업의 해외인프라 사업개발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해외인프라·도시개발 지원기구 설립이 내년 하반기로 예정돼 있어 국내 건설사의 해외진출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지원기구는 일본, 프랑스 등 경쟁국이 설립한 민관협력 투자개발형(PPP) 전문기구의 역할을 할 계획이다.
사우디 특수와 정부의 지원 확대 등으로 해외 수주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나 당장 내년부터 실적이 크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우선 사우디의 네옴 프로젝트가 아직 청사진 단계여서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는 것. A대형건설사의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나지 않아 정보 수집 단계"라며 "기대는 있지만 예전보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마냥 잘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의 펀드 조성, 지원기구 설립 등도 지원사격 수준이어서 결국 우호적인 발주 환경이 형성되고 건설사의 사정이 나아져야 전반적인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B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이제야 저가수주의 악몽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모습"이라며 "국제유가 상승으로 발주처 상황이 나아지고 경쟁력을 더 높여야 실적에서 숫자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