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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월세까지 씨가 말랐다…8월 서울 전월세 거래 `최저`

박윤예 기자
입력 : 
2020-08-31 17:09:18
수정 : 
2020-08-31 19: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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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한달 시장혼란 가중

1만건 미만은 통계작성후 처음
준전세 비중은 14%로 역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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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매물이 급감해 신혼부부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전월세 매물이 씨가 마른 서울 목동 1단지 전경 [사진 출처 = 매경DB]
총 3500가구에 달하는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1·2단지에 전세뿐 아니라 반전세·월세 매물이 단 한 건도 없다.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 아파트 매물이 귀해진 데다 정부가 허위매물을 단속하면서 전월세 물건 '0'개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준전세 혹은 월세마저 씨가 마르면서 8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3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1~30일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전월세(전세, 준전세, 준월세, 월세) 거래량은 총 607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7월 1만1600건과 비교하면 반 토막 난 셈이다. 추가로 신고될 가능성이 있지만 1만건 아래로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서울시가 관련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임대차 거래가 월 1만건 아래로 떨어진 적은 한 번도 없다.

전체 임대차 거래가 줄면서 여기서 순수 전세를 제외한 월세(준전세, 준월세, 월세) 거래량도 뚝 떨어졌다. 전세를 못 구해 준전세나 월세라도 구하려고 해도 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8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1660건으로 집계됐다. 최종 3000건을 못 넘으면 2014년 6월 2800건 이후 최저 수준이다.

특히 실거주 수요가 높은 서울 목동은 전월세 물량이 아예 실종됐다. 목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총 2만여 가구가 사는 목동신시가지 1~14단지 중 30평대 전세 물량은 13단지에 딱 1개뿐"이라며 "준전세나 월세도 매물이 워낙 없어 나오면 바로 나간다"고 말했다.

전월세 거래가 줄어든 것은 올해 하반기 예고됐던 공급 부족과 7월 말 전격 시행된 임대차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새 임대차법이 보장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기존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5% 수준에서 올려주고 2년 더 재계약하며 전세 공급이 예전보다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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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인터넷에 허위·과장 매물을 올린 공인중개사에게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는 '개정 공인중개사법'이 지난 21일 시행돼 등록 아파트 매물도 급감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허위매물과 중복매물을 대거 거둬들이며 전세 가뭄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와중에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8월 서울의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준전세의 비중은 14.3%(868건)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7월 10.1%와 비교하면 4.2%포인트, 6월보다는 4.4%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서울시 분류 방식으로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를 초과하는 형태를 말하는데, 보증금 비중이 월세보다 커 시장에서 통상 반전세로 부른다. 임차인들은 전세 가뭄 속 재계약을 택하고 있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에도 세입자 스스로 상한선 5%를 넘겨 재계약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집주인과 임차인 간 합의하면 5% 상한선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이 경우 임차인은 계약갱신청구권 1회가 남아 2년 후 사용할 수 있다.

신혼부부 등 첫 집을 구하는 세입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또 기존 세입자도 재계약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6·17 대책의 영향으로 재건축 아파트 집주인들이 분양권을 받고자 2년 실거주하러 되돌아오는 경우가 생기고 있어서다. 또 세금 문제로 집주인이 돌아오면 세입자는 이사를 갈 수밖에 없다. 다주택자 집주인이 보유세 부담을 덜어내려고 수도권 집을 팔고 서울 집으로 들어가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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