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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잡기 총력전…산정방식까지 바꾸며 건축비 인상억제

이지용 기자
입력 : 
2018-09-14 17:24:35
수정 : 
2018-09-14 17: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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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산정의 기준가격되는
기본형건축비 국토부 고시
상승률, 2%대→0.5% `뚝`
건설현장 상반기만 임금 5%↑
건축비엔 `0.2% 상승`만 반영
사진설명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분양원가 공개를 결정한 다산신도시 공공택지 내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 제공 = 매경DB]
정부가 세금·금융규제 등을 총망라한 9·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이번엔 분양가를 겨냥한 전방위적 공세가 시작됐다. 공공택지 내 분양 아파트 등의 주택가격 산정에 사용되는 정부 고시 건축비 상승률이 올해 1분기 고시에 비해 갑자기 '5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정부가 건축비 산정 방식을 바꿨기 때문이다. 분양가에 반영되는 건축비를 낮춰 분양가 상승을 막기 위한 의도다.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커지지만 과도한 가격 통제가 장기적으로 오히려 주택 공급을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진다.

국토교통부는 14일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의 분양가격 기준인 기본형 건축비를 공급면적(3.3㎡)당 630만3000원으로 고시했다. 기본형 건축비는 주로 공공택지 내 공공·민간분양 아파트 등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주택의 분양가 산정 기준이 된다. 매년 3월과 9월 가격이 조정된다. 올해 3월 고시 가격은 626만9000원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상승률이 가장 최근 고시인 지난 3월 2.65%에서 이번에 0.53%로 크게 낮아진 것이다. 기본형 건축비는 작년 3월에는 2.39%, 작년 9월에는 2.14% 등 줄곧 2%대 상승률을 유지해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물가변동률이 낮았고 각종 건설자재비와 노무비 변동을 적용한 결과 상승률이 낮았다"고 보도자료에서 설명했다.

그러나 매일경제가 확인한 결과, 국토부는 이번에 기본형 건축비를 산정하면서 2012년 이후 6년 만에 산정 방식을 변경해 적용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건축비는 특정 아파트 단지를 선정해 해당 아파트에 투입된 재료비와 노무비 등 공사비를 산출한 후 물가상승률 등 변수를 감안해 산정하게 된다"며 "이번에는 원가를 절감하는 최신 기술이 투입돼 인건비를 절감한 아파트 단지를 모델로 선정해 건축비 상승률이 크게 내려갔다"고 말했다.

실제 국토부는 이번에 기본형 건축비를 산정하면서 지난 3월 이후 8월까지 6개월간 레미콘, 유리, 철근 등 건설 자재비와 노무비 상승률을 불과 0.2%로 산출했다.

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를 비롯해 민간건설사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대한건설협회가 최근 발표한 '2018년 하반기 건설업 임금 실태조사' 결과에서 일반공사 직종의 평균임금은 19만702원으로 올해 상반기보다 5.28%, 전년 동기 대비 8.26%나 상승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어느 나라 임금을 갖고 계산을 했길래 그런 결과가 나오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토부는 "기본형 건축비 계산은 특정 단지의 모델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평균 임금상승률을 적용하는 게 아니다"며 "전문기관이 연구용역한 결과에 따라 계산한 것이어서 정확하다"는 입장이다.

매일경제는 국토부에 건축비 산정 방식의 변경 내용과 연구용역 결과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국토부는 "아직 제도 개선 방향을 확정하지 못해 9월 말이나 10월에 공개할 것"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분양가상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건설원가 중 하나인 가산비 항목을 조정해 기본형 건축비 관리체계를 강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연구 결과가 나오면 같이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산정 방식까지 바꿔가며 건축비 상승률을 '확' 깎은 이유가 분양가 통제라는 얘기다.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시공사가 분양한 아파트의 분양 원가를 공개하며 분양가 인하 압박 공세를 펼치고 있고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지난 5일 "시행령을 개정해 (원가 공개 확대)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울과 일부 수도권 집값 과열에 아파트 분양가 상승이 기여하고 있어 원가 공개 등을 통해 분양가를 인하하겠다는 압박이다. 그러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7월 말 기준) 아파트 분양가 상승률은 1.7%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1.8%)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집값 과열이 새 아파트 분양가격 상승 때문이 아니라는 얘기다.

과도한 분양가 통제가 장기적으로 안정적 주택 공급을 위협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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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6개월 사이에 그렇게 놀라울 정도로 원가 절감 혁신이 일어난 단지가 있다면 정부가 오히려 공개해 벤치마킹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연구위원은 "분양가 통제가 단기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돌려주는 점이 있지만 결국 과도한 가격 통제는 공급을 줄여 다시 가격 상승 요인을 발생시켜 시장 질서를 교란할 우려도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민간택지에서 공급된 민영 아파트 분양물량은 2005년 22만3000여 가구였지만 민간 분양가상한제가 실시된 2007년에는 19만5000여 가구, 2008년 12만3000여 가구로 크게 감소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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