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정부 대책은 효과 100%"…SH공공분양으로 노후대비까지 '성공'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경환(55) 씨는 SH공사가 서울에서 공급하는 공공분양 아파트만 세 번 매입해 내 집 마련뿐 아니라 노후대비까지 마쳤다.

그가 마지막으로 매입한 아파트는 강서구 마곡지구 마곡엠밸리 5단지 전용면적 114㎡(옛 46평형)다. 매입 시점은 2013년. 당시 그는 집값이 바닥이라고 확신했다. 인근 목동 3단지 전용면적 88㎡(옛 27평형) 아파트 매매가격을 확인하고서다. 그 주택형 매매가격은 5억 원. 2005년 가격으로 떨어져 있었다. 경제성장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했을 때 더 이상 떨어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남들이 “더 떨어진다”며 공포감에 휩싸여 있을 때 그는 과감하게 매입을 결정했다.

타깃은 그가 살고있는 목동 인근 마곡지구였다. 그는 서울시 개발계획에 주목했다. 서울시는 과거와 전혀 다른 신도시를 만들겠다고 여러 차례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서울시 목표는 첨단산업기반을 갖춘 신도시였다. 양질의 일자리를 배후 수요로 갖춘 신도시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분양가격도 저렴했다. LH SH 등 공기업이 공급하는 공공분양 아파트는 주변 시세보다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까지 저렴한 게 일반적이다. 마곡5단지 분양가도 5억6000만 원(3.3㎡당 1300만 원대)에 불과했다.

정부가 수도권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해 양도세 면제 조처까지 내놓은 터라 망설일 이유도 없었다. 당시 이곳은 미분양관리지역이었다. 미분양 아파트를 사면 5년간 양도세 면제였다. 5년이 지난 후 팔더라도 면제 기간 이후 추가 상승분에 대해서만 양도세를 내면 된다. “과거 경험상 정부가 양도세 감면 조치를 내놓을 때가 바닥입니다. 이는 정부가 내놓는 최후의 히든카드이자 효과 100%의 대책입니다.”

물론 SH가 공급하는 아파트는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된다. 그러나 이 아파트는 대거 미계약됐다. 살 사람이 없으면 유주택자에게도 기회가 돌아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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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분양 아파트를 매입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집을 사지 않고 기다렸다가 청약가점이 높아졌을 때 사는 게 하나입니다.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인기 지역은 10년 이상 기다려야 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부동산 침체기 때 사는 겁니다. 이때는 경쟁 없이 좋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와도 실제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주변 지인은 물론 언론에서도 더 떨어진다고 호들갑을 떠는데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지요. ”

이 아파트 가격은 현재 12억 원을 호가한다. 매입가격 대비 6억5000만 원 올랐다. 그는 향후 1~2년 내 이 집을 팔아 수익형 부동산을 매입할 예정이다. 노후대비를 위해서다.

이에 앞서 그가 마포구 상암지구에서 매입한 월드컵단지 전용면적 104㎡(옛 40평형) 아파트도 SH가 분양한 아파트다. 2003년 매입 당시는 부동산시장이 뜨거울 때였다. 이 아파트 역시 청약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미계약분이 세 가구 나왔다. SH는 이 물량을 인터넷을 통해 유주택자들에게 팔았다. 여기서 59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됐다.

공공분양아파트는 후분양이다. 입주를 6개월~1년 정도 앞두고 분양한다. 당시 분양가격은 5억1000만 원. 서민들 이렇게 큰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미계약이 나오는 이유다. “남들은 운이 좋았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나 나는 노력의 결과라고 믿습니다. 저렴한 아파트가 나오면 습관적으로 청약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경쟁률에 겁먹고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나는 항상 당첨 확률은 50%라고 생각합니다. 되냐냐 안 되느냐 둘 중 하나입니다.”

이 아파트는 2017년 8월 9억 원에 팔았다. 아쉬운 가격이긴 하다. 2007년 13억 원까지 올랐던 까닭이다. 양도소득세를 절반 가까이 물더라도 2007년에 파는 것이 이익이었다. “시세 하락과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매도 시점에 아쉬움이 많습니다. 팔아서 마곡아파트를 서너채 샀다면 휠씬 큰 수익을 냈을 겁니다. 지금 보유 중인 마곡 아파트는 꼭 고점에서 팔 겁니다.”

그가 1998년 처음으로 매입한 아파트도 SH가 개발한 목동신시가지 안에 있었다. 그는 27평형을 1억2000만 원대에 샀다. 외환위기 전 2억6000만 원에 거래되던 아파트였다. 외환위기 영향으로 집값이 반 토막 난 것이다. 목동에 전세로 살고 있던 그는 집값이 더 떨어지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목동의 가치를 잘 아는 까닭이다. “하늘이 준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전남 고흥 촌놈 출신인 나는 맨주먹이었습니다. 외환위기가 없었다면 쉽게 내 집 마련을 못했을 겁니다. 첫 내 집 마련이 계기가 돼 지속적으로 자산을 불려갈 수 있었습니다. 위기는 항상 기회입니다.”

이 집은 2005년께 5억 원 정도에 팔았다. 역시 매도 시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가 매도한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2007년 7억 원에 육박했다. “돌이켜보면 매입 시점은 기가 막히게 잡았습니다. 다만 매도 시점은 좀 아쉽습니다. 그래서 마곡 아파트 매도는 조금 늦추고 있습니다. 항상 시장이 달궈지면 생각 이상으로 거품이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그는 무주택자나 사회 초년생들은 공공분양 아파트를 눈여겨보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공기업이 영구임대 국민임대 등 임대주택만 공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공공분양주택도 많이 공급합니다. 이 주택은 기반시설을 잘 갖춘 택지지구나 신도시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렴하기까지 합니다. 임대아파트와도 거리가 떨어져 있습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도전해보세요. 기회는 반드시 옵니다.”

그는 또 “절대로 친구 따라 강남 가지 마라”고 강조했다. 남들이 안 살 때 사고, 살 때 팔라는 얘기다. “지금 집값은 거품입니다. 상암 아파트를 판 이유입니다. 마곡 아파트도 1~2년 이내에 정리할 생각입니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세금을 동원할 때가 팔 때라고 개인적으로 확신합니다.”

정리=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