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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수주전 불붙자 `후분양`에 `미분양 떠안기` 카드도 나와

이미연 기자
입력 : 
2020-05-04 14:25:33
수정 : 
2020-05-04 14: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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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3주구·신반포21차 등 건설사 수주 사활…사업조건 경쟁 과열
최근 서울 강남 재건축 수주전에 분양가상한제가 정비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떠오르자 건설사들이 수주를 위해 후분양과 미분양 떠안기 카드를 경쟁적으로 제시하면서 정비사업 수주전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3주구(주거구역)는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맞붙어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물산은 최근 이 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100% 준공 후 분양'을 제안했다고 공개했다. 또한 공사에 필요한 공사비 8000억원을 포함해 사업비 전체를 연 1.9%로 빌려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용등급이 높아 자금조달을 저리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반포3주구의 경우 재건축 가구수가 총 2091세대로, 이 가운데 약 500세대가 일반분양분이다.

대우건설은 선분양 옵션은 물론 후분양과 리츠 방식을 선택지에 추가했다.

사업비와 관련해서는 7800억원에 대해 연 0.9%의 낮은 금리로 제공하고, 후분양과 리츠 착공후 발생하는 사업비(공사비 등) 금융비용은 경쟁입찰을 통한 1금융권 금리로 빌리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리츠 방식은 대우건설이 만든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투게더 투자운용'이 재건축 리츠를 설립해 일반분양을 사들이고, 일정 기간 임대주택으로 운영한 뒤 운영 기간 종료 후 시세 수준으로 매각하는 형태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리츠 방식에 대해서는 분양가상한제 회피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보고 불허한다는 입장이라 적용 여부가 불투명하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1차의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포스코건설도 후분양을 제안했다.

포스코건설은 공정률의 70% 시점에 일반분양을 하고, 조합원들에게는 공사비 조달에 따른 이자는 물론 분양대금도 입주 때까지 받지 않겠다고 파격 제안을 했다.

선분양이 보편적인 일반 정비사업들과 달리 후분양 제안이 이어지는 것은 분양가상한제 시행 여파로 사업성이 떨어진 조합과 시공사의 이해관계가 맞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서울 강남권 주요 입지 물량이라 건설사들의 자존심 대결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준공 후 분양을 해도 분양가상한제는 여전히 적용되지만 최근 공시지가 인상 폭과 현실화율 제고 움직임을 고려할 때 분양가를 높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조합과 시공사 측 생각이다.

삼성물산은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반포3주구의 후분양으로 조합측 분양수입이 선분양보다 2500억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업계에서는 투기과열지구내 분양가상한제 본격 시행으로 앞으로 강남권 재건축 수주전에서 후분양 제안이 일반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로 대치 은마, 잠실 주공5단지 등 대규모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인데다 후분양까지 하게 되면 강남권에 상당 기간 신규 분양 공백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후분양으로 반드시 분양가를 높게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 조합도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분양은 땅값과 공시지가가 계속해서 올라야 이득이 생기는데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다면 공시지가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가 후분양으로 인한 막대한 자금 조달에 개입하는 동시에 일부 금융비용까지 떠안는 만큼 공사 품질 저하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건설업계는 일단 강남권이라도 대규모 단지에서는 후분양 제안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반포3주구나 신반포21차의 경우 재건축 일반분양분이 500세대 이하여서 후분양에 따른 건설사의 손실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일반분양분이 많은 초대형 단지는 건설사가 막대한 공사비를 우선 조달하고 일부 금융비용까지 감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의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제한에 반발해 조합측이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지만 일반분양분만 5000세대에 육박하다 보니 시공사들이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편 재건축 수주전이 과열되면서 후분양 외에 일부 출혈도 감수하겠다는 무리한 사업 제안도 나왔다. 실제 포스코건설은 신반포21차 수주를 위해 후분양과 함께 미분양을 떠안겠다는 '대물변제안'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우건설이 반포3주구의 조합 사업비 조달 금리를 0.9% 고정금리로 제시한 것에 대해서는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대우건설의 신용등급을 고려한 조달금리가 3%대 중반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삼성물산이 반포3주구의 관리처분인가를 공사도급계약 체결 후 3개월 만에 진행하겠다고 한 것도 논란이다. 삼성은 공사 기간도 경쟁사 대비 1년 이상 단축해 34개월 이내에 마무리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업계에서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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