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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안전진단 강화하고 관리처분 인가 최대한 늦출듯

도시계획위·건축위 심의도 서울시 자의적 지연 가능
야권 구청장에 부담금 징수압박…"안 걷으면 이행명령 권한 가동"
서울시 재건축 속도조절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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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만지작대던 '재건축 연한 40년으로 강화'에 서울시가 힘을 보태고 나섰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를 선언하고, 방법까지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는 25일 공식 입장 자료를 통해 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속도 조절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는 국토부가 주거정비법에 따른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서울시가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현 정부와 맥을 같이하는 시의 기조상 국토부와 사전에 어느 정도 교감이 이뤄졌을 수 있다.

결국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 18일 "안전상 문제가 없음에도 이익을 얻기 위해 재건축이 이뤄지고 있다. 안전성이나 내구연한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을 박원순 서울시장이 받아 힘을 보탰다는 해석이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분히 정치적인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단 서울시가 재건축을 견제할 수 있는 첫 번째 조치는 안전진단 강화다. 재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안전진단이 A~F등급 중 D등급 이하가 나와야 한다. 지금까지는 30년 이상 된 아파트 상당수가 무리 없이 D등급을 받았지만 앞으로 좀 더 강화된 기준을 적용할 것을 서울시가 시사하면서 향후 많은 단지가 첫 단계인 안전진단에서부터 막힐 수 있다.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서울시가 도시계획위원회와 건축위원회 등 위원회 심의의 속도 조절에 나설 것도 시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계획위원회는 외부 전문가 비중이 높지만 서울시 공무원도 일부 포함돼 있다"며 "이들이 외부 전문가들을 설득한다면 충분히 심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리처분인가 과정 자체는 기본적으로 해당 자치구 구청장의 권한이지만 관리처분인가가 발효되는 시점은 서울시가 조정할 수 있다"며 "관리처분 발효 시점을 가급적 늦추는 방법을 통해서도 재건축 진행 속도 조절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또 야권이 장악한 강남3구 구청장이 재건축 초과이익을 제대로 환수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지방자치법 170조 1항에 명시된 이행명령 권한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환수한 개발이익은 서민과 도시를 위한 기반시설과 임대주택을 짓는 데 사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집값 안정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에 대해선 "개발제한구역은 보존을 원칙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양용택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은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택지를 공급하는 것이 맞느냐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른 견해가 있다"며 "즉각적으로 그런 방법으로 (부동산값 상승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조치로 피해가 예상되는 대표 단지로는 양천구 목동 일대 신시가지 대다수 단지와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올림픽훼밀리타운 등이 꼽힌다.

양천구 목동 일대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는 1985년부터 1989년까지 순차적으로 입주를 시작해 올해 몇 개 단지를 제외한 대부분이 재건축이 가능한 30년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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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목동4단지 등은 최근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안전진단을 받기 위해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한 상태인데, 재건축 연한이 40년으로 늘어나면 그만큼 재건축 시점이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1988년 입주해 올해 딱 30년 차를 맞는 송파구 문정동 소재 올림픽훼밀리타운이나 내년이면 30년 차를 맞는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등도 각종 재건축 준비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재건축 연한이 갑자기 늘어나게 되면 향후 10년 동안 모든 작업이 올스톱될 수 있다. 다만 1979년 입주를 시작해 내년이면 40년이 되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나 40년이 넘은 아파트가 많은 압구정 일대는 이번 국토부와 서울시의 '공동 압박'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다는 평가다. 이들 단지로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개포동 저층 주공아파트(1~4단지)나 반포주공1단지 등 모든 심의를 통과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한 단지의 몸값이 치솟을 수 있다. 정부가 일부 재건축 단지 집값을 잡으려다 '강남 대장주' 가격만 더 올려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입주한 지 얼마 안된 새 아파트들 역시 가뜩이나 오른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 강남구 대치동 소재 래미안대치팰리스는 작년 12월 전용 84㎡ 가격이 20억원을 넘긴 후 올해 들어 호가가 23억원까지 치솟았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도 전용 84㎡가 29억원에 나온 매물이 있을 정도로 가격 폭등이 심하다.

근본적으로는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 정부 들어 특목고·자사고 폐지가 추진되면서 교육 수요가 몰린 것이 강남 집값 상승의 원인인데 이를 '재건축 연한 연장'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가 선포한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은 잘 안 먹히고 있다.

25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22일 기준 직전 일주일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6% 오르며 전주(0.04%) 대비 상승폭이 오히려 확대됐다.

서울 상승폭은 0.38%로 전주(0.39%)보다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전국 평균의 6배가 넘었다.

서울 상승에 힘입어 수도권은 0.16% 오른 반면 지방은 0.03% 하락하며 양극화가 심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과열 우려가 제기되던 부산은 0.06% 하락하며 전주(-0.03%) 대비 낙폭이 두 배로 커졌다.

강남4구와 목동, 한강변 등 최근 집값이 급등하던 지역의 강세는 지속됐다. 강남구는 0.93%, 서초구는 0.76%, 송파구는 0.67% 올랐다.

송파구는 전주(1.39%) 대비 상승폭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급등'이라고 평가할 만한 수준이다.

강남구는 전주(0.75%) 대비 상승폭이 오히려 확대됐다. 학군 수요가 있는 양천구는 0.89% 올라 급등세를 보였으며, 성동구와 광진구는 각각 0.59%, 0.43%씩 올랐다. 동작구와 마포구, 용산구도 모두 0.3% 이상씩 올랐다.

[박인혜 기자 / 정순우 기자 / 용환진 기자 /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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