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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차·GTX 시대엔 서울 경계 무의미…메가시티 서둘러야

전범주 기자
입력 : 
2017-12-12 17:52:57
수정 : 
2017-12-12 20: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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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판교·광명·동탄…거점마다 기업 유치해 `분산형 집중` 형태 도시로
서울 도심은 초고층 허용해…강남쏠림 완화·집값 안정
◆ 새 성장동력 'Greater서울' (下) / 'Greater 서울' 전문가 조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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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 판교신도시는 지식산업 기업과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함께 입지해 자체적으로 좋은 일자리(decent Job)를 생산하고 직주근접할 수 있는 성공적인 신도시 개발 사례로 꼽힌다.
서울과 수도권을 한데 묶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메가시티로 키우기 위해선 사람과 기업이 모여드는 초고밀도 도심과 쾌적한 배후 주거단지가 필수조건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핵심 교통거점인 서울역, 용산, 삼성, 창동, 판교, 광명, 동탄 등 역세권에 지식형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미래 기업을 고밀도로 유치해 '분산형 집중' 메가시티를 만들어 내는 게 '그레이터서울(Greater Seoul)'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광역급행철도(GTX)의 최대 수혜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삼성동 아이파크아파트' 3.3㎡당 실거래가는 5391만원 수준이다. 영동대로 지하 개발, 국내 최고 높이인 강남구 삼성동 현대차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빌딩 착공, 잠실종합운동장 리모델링 등 온갖 호재로 삼성동 아이파크의 3.3㎡당 가격이 머지않아 1억원을 뚫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삼성역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15분 거리인 수서역 주변 아파트(수서 신동아)는 3.3㎡당 3086만원 수준이다. 여기서 30분을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있는 용인의 아파트(삼거마을 삼성래미안1차)는 3.3㎡당 995만원으로 가격이 뚝 떨어진다.

강남의 북쪽 방향도 비슷한 가격 궤적을 그린다. 삼성역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서울역 근처 삼성사이버빌리지는 3.3㎡당 1916만원, 70분 거리인 파주 운정 해솔마을1단지 두산위브 아파트는 3.3㎡당 981만원 선이다.

하지만 GTX가 완공될 경우 파주 운정신도시, 동탄신도시에서 삼성역까지는 20분 안팎이 소요된다. 용인 GTX역에서 강남까지는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런 GTX 노선이 수도권에 촘촘히 깔린다면 강남과 주변 집값이 이 정도 차이를 유지할지, 향후 도심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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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교통과 일자리가 혼합된 신도심을 만드는 일이 문재인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강남 집값 안정화'의 첩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수 단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초고속열차와 자율주행차 같은 신개념 교통수단이 일상화하면 이동속도가 혁신적으로 빨라지기 때문에 도시 광역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며 "강남과 비강남,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격차가 이렇게 큰 상황에서 모두가 강남과 서울 안에 거주할 필요도 없고, 저렴하고 일자리가 있는 신주거지를 만들어 내는 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무리 교통수단이 발전해도 역세권에 초고밀 집중 개발을 하지 않을 경우 도심으로 이동하는 데 추가 시간이 소요돼 효과가 반감된다. 일본 도쿄의 철도 요충지에 초고밀도 역세권이 형성되는 이유다.

실제 도쿄의 철도 역사는 서울 이용객의 7~8배가 넘는다. 13개 철도라인이 연결되는 도쿄 시나가와역사의 집적 개발 사례는 노숙자의 쉼터로 전락한 서울역의 현실과 대비된다.

교통거점의 초고밀도 개발에는 기업 유치와 고급 일자리 창출이 핵심이다. 과거 제조업 중심 산업에서는 부산과 울산 같은 해안의 대규모 산업단지가 고급 일자리를 공급했지만 지식정보서비스 산업으로 개편되면서 고급 일자리는 도심으로 유입되고 있다. 하지만 서울 도심의 지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서울은 되레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은 서울 인구가 2040년 880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서울 주변부인 경기도는 2032년 14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레이터서울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과 경기·인천의 효율성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판교나 마곡처럼 좋은 일자리가 확보되는 신도시는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 모두 사람을 유일한 자원으로 하는 지식산업이 뿌리를 내린 곳이다. 초고속철도와 스마트도로가 모이는 교통요지는 인적자원이 넘치는 곳이다. 수도권 교통요지에 제조업보다는 지식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은 손을 전혀 못 대고 있는 그린벨트를 일부 활용해 친환경 지식산업의 메카로 키우는 규제 혁파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자율주행차가 스마트도로를 스스로 달리는 미래가 현실화하면 사람들은 운전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더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도시 공간에 대한 비용 편익 분석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적용돼야 한다는 의미다.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인 서울을 네 권역으로 나눠 주변 경기도와 매치해 광역생활권을 형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강남이 포함된 남동부는 하남·성남, 남서부는 광명·김포, 북동부는 의정부·남양주·구리, 북서부는 고양·파주권과 묶어서 자족형 생활권을 만들자는 얘기다.

김갑성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직주근접은 미래 도시에서도 가장 중요한 화두인데, 초고속열차 등의 혁신 교통수단으로 공간 제약을 넘어서는 것도 의미 있지만 주변 배후와 한 생활권으로 묶이는 게 더 근본적인 대안"이라며 "이미 서울과 경기는 인접 지역 간에 한 몸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지자체 행정구역이라는 낡은 체제가 성장과 융합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리즈 끝>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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