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단지. 전형진 기자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단지. 전형진 기자
민간임대사업자 등록과 매도의 기로에 놓인 다주택자들에게 정부가 ‘당근’을 꺼낸 가운데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선 기존 주택을 매도하거나 ‘버티기’를 택하는 소유주들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년 4월 양도소득세 중과 규정이 시행되더라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아파트가 많아서다.

14일 강남 소재 세무법인의 한 세무사는 “일대 고가 아파트 가운데는 2000년대 초반 분양한 단지가 많아 양도세 중과 대상 주택수 합산에서 제외되곤 한다”면서 “다주택자들이 해당 주택을 팔아야 하는지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하는지를 상담하러 왔다가 중과 대상은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나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양도세 중과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강남 아파트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3차와 삼성동 삼성아이파크, 대치동 대치동부센트레빌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외환위기 직후 침체된 주택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특례를 적용했던 아파트인 까닭이다.

당시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을 통해 서울과 과천 등에서 2001년 5월 23일~2003년 6월 30일 사이 공급된 신축주택을 분양받을 경우 5년 간 양도세를 면제했다(제99조의3).

이후 면제 기간은 만료됐지만 ‘소득세법 시행령’은 다주택 여부를 따질 때 이들 주택을 주택수 합산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했다(제167조의3).

예컨대 조정대상지역인 서울에 타워팰리스와 일반 아파트를 한 채씩 갖고 있는 2주택자라도 집을 처분할 때는 주택수와 관계없이 중과세율이 아닌 일반세율로 세금을 정리하는 셈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해당 규정이 적용되는 타워팰리스 등 강남 일부 단지의 경우 2주택이든 3주택이든 다주택 상태에서 매도하더라도 양도세가 중과되지 않는다”면서 “조합원 지위를 2001년 12월 말까지 승계한 경우에도 여기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장기사원용주택이나 상속주택, 장기간 가정보육시설로 사용한 주택 등이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13일 조세 완화와 건강보험료 감면 등의 혜택을 담은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8년 이상 장기임대사업자에게 혜택이 몰려 있어 임대등록을 유도할 만한 요인이 다소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양도세 중과 배제 대상은 기존 5년 이상 임대주택(의무임대기간)에서 8년 이상 장기임대주택으로 조건이 오히려 강화됐다. 이마저도 임대개시일 기준시가가 6억원이 넘는 주택은 의무임대기간이 지난 뒤 매도해도 양도세가 중과된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이미 6억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더라도 양도세 감면 혜택을 못 받는 아파트가 대부분이라는 의미다.

김 세무사는 “강남의 경우 기준시가 6억원이 상향 조정되지 않으면서 임대등록에 대한 메리트가 없어졌다”면서 “다주택자들이 임대등록 외에 매각이나 증여를 고려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