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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강남권의 건너편…성동·광진도 `들썩`

정순우,추동훈 기자
정순우,추동훈 기자
입력 : 
2018-01-16 17:31:22
수정 : 
2018-01-17 11: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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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새 3% 안팎 급등…서초·강동 보다 상승률 커 강남권 대체지역으로 부상
전용 84㎡ 10억 돌파한 성동, 재개발 마무리…직주근접 부각
광진구는 교육여건에 `관심`
강남 `키맞추기` vs 상승 확산…추가상승 전망은 엇갈려
사진설명
서울 강남·송파구의 집값 급등세가 강 건너편에 위치한 성동·광진구로 옮겨붙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강남에서 바라본 한강변 광진구 아파트 밀집지역. [매경DB]
서울 성동구 왕십리 센트라스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2015년 분양 당시 가격이 6억원대 중반이었다. 이후 꾸준히 올라 입주 때는 8억원대 중후반을 찍었다. 많이 올랐지만 강남이나 인근 옥수·성수동에 비하면 여전히 저렴한 아파트였다. 그러나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후 슬금슬금 오르다가 급기야 이달 들어 10억원에 실거래가 이뤄졌다. 성동구 바로 옆에 위치한 광진구 대표 새 아파트 광장힐스테이트 전용 84㎡도 지난달 12억원에 거래됐다. 8·2 대책 직전만 해도 이 아파트 실거래가는 1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정부가 투기의 진앙으로 지목한 강남 4구, 그중에서도 강남구와 송파구 집값이 최근 들어 폭등하자 강 건너편에 위치한 성동구와 광진구도 들썩이고 있다.

1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0일부터 이달 8일까지 8주간 성동구 아파트 매매 가격은 매주 0.4% 안팎 상승세를 이어가며 누적 3.09% 올랐다. 광진구 역시 2.96% 급등했다. 서울 평균(1.83%)이나 강북 평균(0.93%)을 압도한다. 강남 4구와 비교해도 강남(4.36%), 송파(5.11%)에는 못 미치지만 서초(2.69%), 강동(2.46%)보다는 높다.

사진설명
성동구와 광진구가 뜨는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강남 진입을 기다리던 실수요자가 매물 부족과 집값 급등을 견디지 못하고 눈을 돌리는 것이다. 두 곳 모두 한강만 건너면 강남·송파구인 데다 서울 시내를 순환하는 지하철 2호선을 끼고 있다. 최근 주거 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데다 학군도 양호하다. 최근 강남·송파는 매물 자체가 없을뿐더러 그나마 있는 매물도 매수 문의가 붙으면 호가를 올려버리는 상황이다. 실수요자, 투자자 관계없이 매수자라면 이런 상황에 지쳐 차선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 좋게 말하면 키 맞추기, 나쁘게 말하면 풍선효과다. 광화문 소재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는 40대 김 모씨는 "무리를 좀 해서라도 강남에 살고 싶었는데 매물을 기다리는 몇 달 사이 집값이 2억원 뛰었다"며 "더 기다린다고 매물이 나올 것 같지도 않고 너무 올라서 성동구나 광진구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동구는 왕십리뉴타운과 옥수동·금호동 일대 재개발이 일단락되면서 최근 주거 환경이 확연히 개선됐다. 옥수동 대표 아파트인 래미안옥수리버젠과 이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가 지난해 전용 84㎡ 기준 10억원을 돌파하며 앞서 치고 나갔다면 최근에는 왕십리가 따라가는 모양새다.

광진구는 교육 여건이 우수해 잠실 진입을 노리던 학부모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학교와 아파트가 몰려 있고 주거 여건이 쾌적한 광장동·자양동이 특히 주목받는 분위기다. 광장동은 원조 부촌인 워커힐아파트 재건축 이슈도 있다. 광장동 H공인 관계자는 "광진구는 송파구와 가깝고 주거문화가 비슷해서 과거부터 송파구 집값을 따라가는 경향이 강했다"며 "최근 잠실 재건축 때문에 격차가 커진 만큼 투자를 문의하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강남 진입이 부담스러운 주택 실수요자들이 자연스레 강북 유망 지역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분산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강남 집값이 올라가면 주변 지역도 키를 맞춰야 한다는 심리로 덩달아 올라간다"며 "이런 풍선효과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높다"고 전망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장은 "2006~2007년 6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세금 규제를 강화하자 노원구 등 서울 외곽 집값이 상승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강남을 규제하자 강북 한강변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인다"고 분석했다.

한때 성동구와 함께 '마용성'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풍선효과의 대명사로 꼽혔던 마포구와 용산구는 상대적으로 주춤한 모양새다. 최근 8주 사이 용산구는 1.1%, 마포구는 1.23% 올랐다. 강북 평균보다는 많이 올랐지만 서울 평균은 밑돈다. 하지만 신축 아파트 인기는 여전하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최근 11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8·2 대책 직후만 해도 9억원대 중후반이었다.

[정순우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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