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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금 피한 개포저층 매수문의 급증…반포3·잠실5·은마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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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전방위 압박에도 급격한 가격 조정없을 듯
규제피한 단지 희소성 부각…새아파트·분양권 관심도↑
◆ 재건축 부담금 후폭풍 / 재건축 단지마다 온도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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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관리처분신청을 마무리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받지 않아 가격이 치솟고 있는 개포동 일대 저층 주공아파트 전경. [한주형 기자]
올해 4월 이주를 목표로 준비 중인 개포주공1단지 전용 49㎡ 가격은 연초만 해도 15억원 선을 유지했다. 그러나 한 달이 채 안 된 현재 시세는 16억원을 넘어 17억원을 향해 가고 있다. 신청 면적별 분담금 액수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다르지만 16억원대 물건도 실제 현장에 가보면 흔치 않았다. A공인중개 관계자는 "정부가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부담금 액수를 발표하고 나서 월요일 아침부터 전화 문의가 많다"면서 "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이주가 코앞이라 불확실성이 없어서인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5일이면 장기 보유자에 한해 조합원 지위 거래가 가능해지는 개포주공4단지 역시 매수 문의가 쏟아지는 중이다. 얼마가 될지 모르는 부담금 리스크를 지느니, 확실한 매물을 잡겠다는 사람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예상액을 발표하자 강남 재건축 단지 간에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작년까지 관리처분 신청을 마무리해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한 개포 저층(1~4단지)과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신반포3차·경남은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좋다. 특히 25일 이후 장기 보유자에 한해 거래까지 풀리면 '3.3㎡당 1억원 이상'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반포주공1단지 전용 107㎡는 조합원이 25일 이후 41억원에 내놓겠다고 할 정도로 가격이 치솟았다. 재건축을 잡겠다는 정부가 일부 단지로의 쏠림만 가속화시킨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반면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지 못한 단지의 표정은 어둡다. 정부가 내놓은 부담금이 예상보다 너무 커서다. 확정적인 숫자는 아니지만 재건축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최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재건축 연한 및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고 재건축 부담금 폭탄까지 이슈화되고 있지만 강남 아파트 가격의 대폭 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여전히 '안전자산'인 강남 아파트에 대한 기대치가 있다는 것이다. 재건축이 어려워지면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기존 아파트로 옮겨가며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실제 국토부 실거래가를 분석해보면 일부 강남권 입주 10년 이내 대장 단지들은 인근 재건축보다 가격 상승률이 컸다. 대치동에선 재건축인 은마아파트 전용 84㎡가 작년 한 해 15.6%가량 올랐지만, 입주 3년이 안 된 래미안대치팰리스의 같은 평형은 21.2%나 상승했다.

이날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시뮬레이션 금액이 지나치게 크게 나왔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환수제 적용을 받는 단지의 한 조합원은 "조합 내부에서는 정부가 무조건 부담금 액수를 크게 계산해 내놨다는 불만이 많다"면서 "분양가상한제까지 도입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어지간한 금액으로 보증도 안 내주는 상황에서 일반분양으로 이익을 내는 조합 구조상 그렇게 초과이익이 많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복문 잠실주공5단지 조합장은 "산정방식에 맞춰 자체 계산한 결과는 정부가 제시한 강남4구 평균인 4억4000만원에 훨씬 못 미친다"며 "정부에서 내놓은 숫자는 엄포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예상 부담금이 나오려면 분양가가 훨씬 더 높아져야 하는데 조합 입장에선 오히려 반가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재건축 부담금이라는 리스크에 일부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 진행 속도를 늦추거나, 아예 리모델링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 정권에 따라 부동산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것을 본 사람들이 '버티면 된다'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재건축연한 연장안 역시 이 같은 '버티기'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대치동 우성·선경·미도아파트는 1983년 입주해 30년이 지났지만, 40년은 아직 멀었다. 아직 추진위원회도 설립되지 않았다. 추진위 설립 시점이 재건축 초과이익 계산의 시작점이므로 집값이 정점에 도달할 때까지 추진위 설립을 최대한 늦추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용적률이 높은 단지의 경우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 작년부터 서울시가 리모델링 시 3개 층 수직증축을 가능하도록 조례를 바꾸면서 용적률 200% 내외 단지는 초과이익환수제 부담이 없는 리모델링을 선택할 수 있다.

[박인혜 기자 / 정순우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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