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에 새로 들어선 아파트들. / 자료=한경DB
김포시에 새로 들어선 아파트들. / 자료=한경DB
"서울에서 30점 통장으로 놀면 뭐하겠습니까? 용인이든 어디든 뭐라도 좀 해보려구요."

서울 마포구에 김모씨는 최근 부동산 고수로 불리는 친구에게 꿀팁을 들었다. 수도권에서도 잘 찾아보면 세대원이 청약할 수 있는 6개월 전매되는 분양권이 있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당연히 양평이나 가평같은 비규제지역을 말하는 줄 알았지만, 의외로 용인이나 김포 등 규제지역에서도 청약이 가능한 아파트가 있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정부가 지난해 12·17대책을 통해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읍· 면 지역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들은 규제를 받지 않는다. 주로 도농복합 등 지역 내에서 차이가 있는 지역들이다. 인구밀도가 낮고 지역 주민들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가 공급된 적도 거의 없었던 지역이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수도권에 서 대부분 지역이 규제에 막혀있다보니 이러한 읍면에도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다. 청약에서 당첨이 어렵거나 자금조달이 힘든 예비 청약자들도 이러한 읍면까지 훑어보고 있다. 부동산 고수들을 중심으로 '투자가 유망하다'는 소문까지 났다. 이른바 '규제 속의 비규제' 아파트들은 '의외의 대박'을 치고 있다.
규제지역에서 빠진 비규제지역들. 과거에는 외곽이었지만, 이제는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새로운 투자처로 떠올랐다.
규제지역에서 빠진 비규제지역들. 과거에는 외곽이었지만, 이제는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새로운 투자처로 떠올랐다.
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대방건설이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마송리 마송지구에서 지난 2월 분양했던 ‘김포마송택지지구 디에트르’가 이러한 경우다. 김포는 조정대상지역이지만, 아파트가 나오는 통진읍은 비규제지역이다. 1순위 일반공급에서 244가구를 모집하는데 3723건이 접수돼 평균경쟁률 15.2대 1을 나타냈다. 당첨자의 청약 최고 가점은 71점에 달했다.

통진읍은 김포한강신도시에서 북서쪽에 있으며 강화도로 가는 길에 있다. 규제에서 함께 제외된 대곶면, 월곶면, 하성면 등과 인접했다. 청약경쟁률은 김포가 규제지역으로 지정되기 전보다 높아졌다. 마송지구에서 작년 10월 1순위 청약을 받은 '김포마송지구 대방 엘리움 더퍼스트'에는 1순위에서 542가구를 모집하는데 1910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3.5대 1을 기록했다.

김씨가 눈여겨 봤던 용인시 처인구에서도 규제를 받지 않는 아파트가 얼마전 공급됐다. 영동고속도로 양지IC 부근의 양지면에서 공급된 '용인 양지 동문굿모닝힐 프레스티지'(175가구)다. 분양권은 6개월 후 전매가 가능하다. 이 단지는 2순위까지 청약을 받아 4개의 주택형이 모두 마감됐다.

김씨는 친구의 말을 인용하면서 "내가 여기까지 청약을 넣어봐야 하나 현타(현실 자각 타임의 준말, 자기가 처한 실제 상황을 깨닫게 되는 시간)가 오다가도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돈 벌) 대안이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놨다.

정부는 지난해 12·17대책으로 수도권 대부분 지역과 지방 주요도시들을 규제지역으로 발표했다. 경기도에서 전역이 규제가 없는 곳은 가평, 양평, 여주, 이천, 연천, 동두천, 포천 등 7곳 뿐이다. 집값은 오를대로 오른데다 낮은 집값에 대출을 힘을 빌리려는 수요자들은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비규제지역은 물론이고 규제지역 읍면까지 아파트가 '청약 대박'을 터뜨리며 공급되는 이유다. 비규제지역에서는 경쟁률이 높아지더니 양평에서는 1순위 당해지역에서 마감되는 사례까지 나왔다. 높은 집값에 외곽으로 나가려는 수요자들은 아예 자격조차 얻지도 못하게 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자만을 위한 청약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비규제지역이 청약은 쉽지만, 재당첨제한 등을 받을 수 있다보니 신중한 청약이 필요하다"며 "외곽의 나홀로 아파트는 입주시에 시세가 크게 오르지 않거나 수요가 없어서 투자에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