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전문가 진단
민간 재건축·재개발 기대에
아파트값 단기 오르더라도
공급 물량 늘며 중장기 안정
강남 재건축 층수 높아질듯
국토부-서울시 충돌 우려
민간 재건축·재개발 기대에
아파트값 단기 오르더라도
공급 물량 늘며 중장기 안정
강남 재건축 층수 높아질듯
국토부-서울시 충돌 우려
9일 매일경제가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김학렬 스마트튜브 연구소장,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등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새로운 서울시장 취임 후 주택시장 전망을 물어본 결과 대다수가 단기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심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몇 개월간 집값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고, 송 부장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에 일부 지역이 국지적으로 집값이 올라 연말까지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는 않겠지만 상승폭은 둔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상반기 절세 매물이 들어가고 2분기 입주 물량이 줄면서 주택가격이 급등할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김 소장은 "가격이 폭등하진 않겠지만 간간이 신고가가 나올 것"이라며 "재건축 기대감으로 단기적으로 오를 수 있고, 이를 빌미로 여당이 오 시장을 공격할 수 있지만 규제를 풀어야 장기적인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서울시 간 팽팽한 긴장감에 주택시장이 대혼란에 빠질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고 원장은 "정부나 오 시장 모두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라 시장은 '대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민간 주도나 공공 주도 모두 진척이 없는 상태로 내년 대선까지 안갯속에 휩싸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 원장은 "오 시장이 민간 재건축을 밀어준다고 해도 용적률 등은 시의회를 뚫어야 해 쉽지 않다"며 "정부의 2·4 대책도 서울시가 반대하면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그런데 대선이 1년도 안 남아 누구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 1년간 아무것도 되지 않을 공산이 높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전문가들 모두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봤다. 대선 이후, 3년 후 등 시기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대부분 주택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본 것이다. 고 원장과 김 소장은 대선 이후 주택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고, 심 교수는 개발 계획을 실행해 입주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 3년 후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권 교수는 "새 시장 때문이라기보다는 정부가 내놓은 2·4 대책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는 2025년에는 매수세가 꺾이며 안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오 시장이 시급하게 추진할 정책으로 '35층 규제 완화'를 꼽았다. 권 교수는 "층수 규제 완화는 시장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심 교수는 "어느 지역을 어떤 순서를 통해 개발할지 원칙과 우선순위를 먼저 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오 시장이 취임한 후 가장 수혜를 볼 지역으로 잠실주공5단지 등 조합 설립을 완료한 재건축 추진 단지와 강북의 재개발 지역을 꼽았다. 김 소장은 "정부나 서울시나 1년 동안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다만 이번 선거에서 득표율 차이가 큰 만큼 정부가 어느 정도 정책을 수정할 수밖에 없고, 분위기가 친시장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 시장 입장에서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진을 지연시켰던 상징적인 재건축 단지들, 즉 강남구 은마아파트나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재건축 속도만 높여줘도 '규제를 풀었다'는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인사권을 시장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 부장은 양천구와 노원구 노후 아파트를 수혜 지역으로 꼽았고, 권 교수와 심 교수는 강북 재개발 지역을 수혜 지역으로 꼽았다. 송 부장은 "양천구 목동 11단지는 정밀안전진단이 보류돼 오 시장 입장에선 현안이라고 볼 수 있다"며 "강남보다는 상대적으로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덜한 노원구 등 강북 지역 노후 아파트 재건축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 교수는 "재건축은 시장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 재개발부터 손볼 것"이라며 "강북 재개발 사업지구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 매수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김 소장을 제외한 네 명 모두 '기다릴 때'라고 답했다. 송 부장은 "실수요자는 거주 목적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사야겠지만 투자 목적이라면 올해 말까지 재건축·재개발 물량 등 진행 상황을 보고 들어가도 충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교수 역시 "정부도, 서울시장도 공급 물량을 늘리겠다고 하니 지금은 기다려야 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김 소장은 "살 수 있는 여력이 된다면 지금이라도 사는 게 좋다"며 "올해는 1분기 입주 물량이 몰렸고, 2분기부터 급감해 집값이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권한울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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