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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전세로 서민주거 안정" 吳주택정책도 컴백

이축복 기자
입력 : 
2021-04-22 17:27:03
수정 : 
2021-04-22 19: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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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사서 "시프트 다시 키울것"

`상생주택` 토지임대부 방식
땅주인 설득 만만치 않아
재건축 풀어 공급 늘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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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2007년 도입했던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 민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와 함께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간 유지관리비로 매년 2000억원가량 적자를 야기해 비판받았지만 집값 상승으로 자산가치가 올라가면서 지속가능한 모델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22일 오 시장은 취임식에서 "10년 전 시작했지만, 지금은 많이 변질된 장기전세주택 사업을 발전시켜서 서민 주거 안정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장기전세주택은 주변 시세의 80%를 전세보증금으로 내고 최장 20년 동안 거주 가능(재계약 시 전세금 5% 내 인상)한 주택을 말한다. 오 시장 1기 때 역점 사업이었지만 이후 박원순 전 시장 때부터 시프트 공급 규모를 대폭 줄여 폐지 수순을 밟고 있었다.

2007년 도입 때 연간 2000가구를 쏟아내다가 2017년 245가구, 2018년 31가구, 2019년 436가구로 공급 물량이 급속히 줄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5월 고덕강일 4·6·7·8단지와 위례 13블록에서 나온 2100여 가구가 사실상 시프트 마지막 공급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현재 서울시가 공급한 시프트는 3만3000가구 수준이다.

시프트가 변질됐다는 오 시장 언급은 박 전 시장이 늘린 행복주택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행복주택은 대학생·청년·신혼부부 등 특정 계층 중심으로 소형 주택 공급에 집중하는 선택식 복지형 공공임대주택이다. 그러나 현재 전세난은 아파트를 원하는 중산층 전세 수요로 촉발된 것이어서 행복주택이 전세난 해소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장기전세는 전용면적 59㎡ 이상 중형 평형 위주로, 중산층이 타깃이다. 오 시장은 과거 시장 재임 때도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시프트를 확보해 공급 물량을 확보한 바 있다. 실제로 시프트는 재건축으로 들어선 서초구 반포자이(419가구), 래미안퍼스티지(266가구)에도 있다.

이번 임기에는 시프트를 '상생주택'으로 명명해 재추진할 계획이다. 오 시장이 후보 시절 공약에서 밝힌 상생주택은 민간 소유 토지를 임차해 토지 임대료를 지불하고 주택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이 공급하는 민간토지임차형 공공주택 정책이지만 현실적으로 물량 확보가 어렵다. 오랜 기간 토지를 처분할 수 없기 때문에 토지주 설득이 쉽지 않다.

행복주택 등을 전환해 7만가구를 확보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SH공사의 재정 부담이 커진다. 이런 이유로 오 시장이 재건축·재개발 인허가를 앞당기는 대신 장기전세 물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조합들과 협상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서울 집값이 크게 올라 일부 시프트를 매각해 공공임대주택 재원 확보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6일 서울시 관계자는 "(시프트) 건설 및 매입 임대 비용이 8조8000억원이었는데 이를 공시가(시세 70%로 가정) 바탕으로 역산해 보니 25조3000억원으로 늘었다"고 했다. 시프트 기대 수익이 무려 16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SH공사에 따르면 장기전세주택 손실은 2014~2018년 4년간 7896억원에 달할 정도로 높아 매각은 재무구조 개선 측면에서도 유리할 전망이다.

그러나 시프트는 매각 제한 기간이 20년인 데다가 최초 매각은 6년 뒤나 가능할 전망이어서 매각을 논하기엔 시기상조란 의견도 나온다. 중도에 새로 입주한 입주민도 최장 20년간 입주가 보장되는 점 역시 변수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사 사업인 만큼 매각보다는 자산가치가 늘어나는 점에 주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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