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나처럼 가점이 애매한 사람은 청약을 포기하는 게 낫겠네요."(40대·B씨)
"이번 생에 청약 당첨을 바라느니, 차라리 로또를 삽시다."(50대·C씨) 이번주 화제의 뉴스였죠. '10억 로또'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 청약 경쟁률이 발표됐는데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평균 경쟁률 809대1로, 역대 최고 경쟁률이 나왔습니다. 지난해 과천 지식정보타운이 500대1이 넘는 경쟁률로 주목받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동탄에서 '신기록'이 나왔습니다.
청약은 진짜 기회일까? 희망고문일까?
아직 당첨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당첨 커트라인에 대해 '역대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점으로 경쟁하는 전용 84㎡는 '60점대는 명함도 못 내미는' 상황입니다. 자녀가 둘인 4인 가족 만점자의 최대 점수가 69점인데 당첨 가점이 70점을 넘어버리면 어떠한 수를 써도 가점제에서 당첨은 요원합니다.
사실 수도권 인기 아파트는 당첨 커트라인이 70점대를 넘어가고, 만점자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21년 서울 청약 평균 당첨 가점은 64.9점입니다. 2017년만 해도 당첨 가점은 45.5점이었어요. 4년 전만 해도 50점대라면 '안정권'이었지만 지금은 60점대도 '불안한' 상황이라는 얘기죠. 그사이 집값은 배로 뛰었습니다. 착실히 점수를 쌓아오면서 기다린 분들은 '현타'가 옵니다. 희망을 갖고 착실하게 점수를 쌓아왔는데, 이제 와서 구축을 매수하자니 집값이 너무 뛰었고…. '퇴로'가 안 보입니다.
"가점 40점대로 청약을 준비하다가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 3년 전에 수도권 구축 아파트를 매수했습니다. 20년간 모은 피 같은 돈보다 3년간 상승한 아파트값이 더 높더군요. 청약 포기한 거 후회 안 합니다."(50대·B씨)
이 때문에 이제라도 청약을 포기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청약 가점, 특별공급 배점 등이 '합격선'에 들 정도라면 청약을 기다려볼 수 있지만, 애매한 점수로 청약만 바라보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합니다.
"가점이 높다면 청약이 내 집을 마련하기 가장 좋은 기회죠. 하지만 가점이 낮다면 청약만 놓고 기다리지 마세요. 청약 가점이 자꾸 올라간다는 것은 그만큼 (청약 시장에 진입하는) 실수요자가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무주택자라면 분양권 매수, (구축) 매수 등 폭넓게 다양한 선택지를 갖고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청약 받기 더욱 힘들어지는 상황
갈수록 조여오는 대출 규제와 높아지는 분양가도 부담입니다. 내 가점이 높아지는 속도보다 분양가가 더 빨리 오르고 대출 규제는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분양한 고덕강일 힐스테이트 리슈빌은 전용 84㎡가 7억5000만원에 공급됐는데, 2개월 뒤 같은 택지지구 내 공급되는 고덕강일 제일풍경채는 8억9000만원에 나와 청약 실수요자들이 "분양가가 너무 빨리 올라 자금 때문에 청약을 포기하게 된다"고 걱정했습니다.
최근에는 청약 자격이 되는데도 대출 때문에 청약을 포기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파트 입주 때 시세가 15억원을 초과하면 주택담보대출이 불가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한 과천 지식정보타운, 고덕강일 제일풍경채,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 등은 입주할 때는 시세 15억원이 초과돼 주택담보대출이 하나도 안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미 주변 시세는 15억원에 근접하거나 뛰어넘어서 2~3년 뒤 입주 때 충분히 '대출 불가선'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설마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하겠느냐"며 묻지 마 청약을 시도할 수 있지만, 15억원 초과로 인한 대출 거절은 충분히 고려해야 할 리스크입니다. 감정평가 업계에 따르면 신축 아파트는 최근 거래가 없기 때문에 주변 시세의 80~90%로 감정평가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입주 때 대출이 나오지 않아 잔금을 못 치르고 내 집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이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주택은 최대 5년 실거주까지 해야 해 전세도 내놓지 못합니다.
"요즘 서울 내 웬만한 신축이 다 15억원이 넘는데, 저렇게 15억원 초과 대출 규정을 만들어놓으면 현금부자만 청약을 받으라는 것인가요?" 동탄역 디에트르 청약을 포기한 30대 직장인은 "저렴한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청약제도인데, 대출로 막아버리는 게 정당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15억원 이내 아파트여도 분양을 받기 어렵습니다. 바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때문입니다. 오는 7월부터 DSR 규제가 적용됩니다. 입주할 때 시세 6억원을 초과하면 DSR 40%가 적용되고, 2023년 7월부터는 대출금 1억원 이상을 가진 차주라면 어떠한 대출을 받든 DSR 40%가 적용됩니다. 과거에는 (수도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한도만 맞추면 됐는데, 이제는 LTV 40% 한도 내에서도 소득 대비 DSR 40%가 초과되면 대출 한도액이 줄어듭니다.
지금이라도 매수? 다시 청약 도전?
18일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 당첨자가 발표됩니다. 24만명 중 최종 분양권을 얻게 될 531명이 확정됩니다. 낙첨자들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청약을 포기할까요? 아니면 또 다른 청약을 기다릴까요?
통상 큰 분양장이 끝난 후 대장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랠리가 이어집니다. 청약 결과에 낙심한 실수요자들이 구축이라도 잡자며 인근 매물을 매수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과천 지식정보타운 분양 이후 안양, 과천, 의왕 쪽 매수 수요가 폭발한 것이 한 사례입니다. 당시 과천 지식정보타운 3개 단지 청약자 발표가 끝난 후 안양시 호계동 대단지 아파트 어바인퍼스트는 매물 10여 건이 순식간에 소진됐습니다. 이번에도 확실히 동탄역 디에트르 청약을 계기로 동탄의 입지적 가치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습니다. 동탄에도 같은 공식이 되풀이될지 주목됩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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