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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가격 올릴까 잠이 안와요"…서초 동작 양천 전세 씨 말랐다

조성신 기자
입력 : 
2021-07-20 10:12:21
수정 : 
2021-07-20 10: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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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셋값 고공행진 지속
재건축이주 학군수요로 전세품귀

하반기 입주 예정 1.3만 가구 상반기比 26%↓
새 아파트 실거주 늘어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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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N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모습 [매경DB]
서울 아파트 전세값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세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문제는 올 하반기도 전세난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이다. 전세난 해소에 기여할 신규 입주물량이 올 상반기의 26%가량 줄어드는 데다 재건축 이주 수요에 청약 대기수요까지 겹치면서 공급이 태부족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전셋값 상승률 자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서울 아파트는 0.1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 7월 말 임대차 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 이후 오르기 시작한 서울 전세가격은 올해 초까지 0.10%대 상승률을 이어가며 주택공급을 골자로 한 '2·4 대책'이 발표되자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다, 6월 이후 뜀폭이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서울 전셋값 상승의 원인으로는 재건축 이주수요가 꼽힌다. 지난 달 서초구 반포 1·2·4주구 2210가구가 이주를 시작하면서 줄어든 전세물량 만큼, 인근 지역의 전세난이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반포 3주구 1490가구도 이주를 앞두고 있어 주변 지역 전세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와 맞닿아 있는 동작구 역시 노량진·흑석동 등의 재건축 이주 수요로 전세물건이 줄고 있다.

양천구 목동의 경우 방학 이사철을 맞아 전세물량 품귀를 빚고 있다. 양천구는 지난주 전세 수요가 목동신시가지 단지로 몰리며 전셋값 상승률이 0.25%로 전주(0.07%)의 3.5배로 치솟았다. 이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서초구(0.30%)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안타깝게도 하반기 전월세 시장은 안정적인 요인보다 불안 요인이 더 많은 것 같다"며 "재건축 추진단지가 몰린 지역은 이주 수요에 따른 충격이 있고, 하반기 입주 예정 물량도 적어 전월세 시장 안정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신규 입주 물량 중에서도 실제 전월세 시장에 나오는 물량은 예년에 비해 줄어들 전망이다. 통상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 상당수가 전월세 시장으로 직행하며 인근 지역의 전셋값까지 끌어내렸지만, 최근에는 청약 당첨자 중 무주택자 비율이 높고, 실거주 의무를 채우기 위해 직접 입주하려는 경우가 많아서다.

새 임대차법 도입 이후 시장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임대차법 개정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기존 전셋집에서 2년 더 거주하려는 세입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전세 물건이 급감했고, 집주인들이 신규 전세의 경우 미리 보증금을 2∼4년 뒤 수준으로 올려 받으려 하면서 전셋값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갱신청구권 사용을 머뭇거리는 세입자도 늘고 있다. 2년 뒤 큰폭으로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거나, 나가야하는 부담을 안고 사느니 주변 시세에 맞춰 올려주고 거주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서울 전세시장에 숨통을 틔워 줄 올해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도 3만864가구로, 지난해(4만9411가구)보다 37.5% 적다. 분기별로 나눠 보면 올 상반기 1만7723가구가 입주를 마쳤고,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25.9% 적은 1만3141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내년 입주 물량(2만463가구)도 올해보다 33.7% 줄어들 것으로 예측돼 전세난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임대차 보호법의 좋은 취지에도 신규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고, 서울의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이주 수요도 꾸준히 늘어날 것 같다"면서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청약 수요가 당첨 전까지 임대차 수요로 고스란히 남아 있어 전세 공급 부족 상황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진단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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