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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어떻게 믿나"…정부 말 듣고 서울 아파트 팔았다면 3년새 4억2천 손실

정석환,김태준 기자
정석환,김태준 기자
입력 : 
2021-07-20 17:46:49
수정 : 
2021-07-20 21: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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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 자초한 부동산정책

내달 시행 보증보험 가입의무
생계형 임대사업자 반발에
월세화 조장 등 우려 커지며
보증금 5천만원 이하는 제외

김현미 "집 팔아라" 발언후
서울 아파트값 평균 4억 올라

재건축 실거주 의무 철회에도
임대차 시장 정상화는 요원
전문가 "임대차법 폐지해야"
사진설명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경. [매경DB]
더불어민주당이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의 2년 실거주 요건을 철회한 데 이어 임대사업자의 전세금 보증보험 의무가입 대상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임대차 시장의 실상을 무시하고 의무화를 밀어붙였다가 뻔한 부작용이 현실화하자 한발 뺀 것이다. 이 정책들은 전문가들은 물론 국민 대다수가 부작용을 예상해 반대했던 것임에도 당정이 일부 소수의 이익을 위해 밀어붙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애초에 시행하지 말았어야 할 정책을 편 결과물이다. 그동안 당정이 둔 악수(惡手)를 하나둘씩 물리는 모습은 시장에는 물론 긍정적이다. 그러나 25번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양산된 수많은 '선의의 피해자'는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입은 경우도 많다. 특히 아직도 남아 있는 악법 중 임대차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임대차법의 경우엔 여당 스스로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하고 22일 국회 법사위에 올라갈 예정이다. 임대보증금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최우선 변제금 이하인 경우 의무가입에서 예외를 두는 게 골자다. 다음달 18일부터 모든 임대사업자의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지만 이 경우엔 가입을 하지 않아도 된다.

최우선 변제금이란 해당 주택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무조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최소한의 보증금을 말한다. 서울 기준으로는 보증금 1억5000만원 이하인 임대차계약이 보호 대상인데, 변제금액은 5000만원까지다. 그 밖의 지역은 6000만원 이하 임대차계약에 대해 2000만원까지 변제해 줘야 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영세 임대사업자의 보험료 부담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우선 변제금 이하의 보증금이라면 굳이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애초에 의무가입이 불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 임대사업자는 "임차인 보증금은 최우선 변제에 해당돼 확정일자만 받아도 대항력이 생기는데 왜 일괄적으로 보증보험 가입을 강제하냐"고 말했다. 실익도 없이 혼란만 초래한 것이다. 시행시기도 문제다.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해 이달 안에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공포 후 6개월 시행'에 따라 일러야 올해 12월부터 적용될 수 있다. 당장 다음달 18일부터 모든 임대사업자 의무가입이 적용되는데 12월까지는 예외기준을 적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땜질'을 했지만 그마저도 불완전한 땜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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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불완전 땜질 사례는 얼마 전 재건축 조합원 자격 2년 실거주 법안 무효화 때도 드러났다. 무효화 직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실거주의무화란 반시장적인 규제가 그간 얼마나 정상적인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의무를 백지화하자마자 전세매물이 쏟아져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켜켜이 중복된 규제가 많아 여전히 임대차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대치동 못지않은 학군지인 목동아파트 전세물량은 지난 13일 195건이었는데 20일 198건으로 별 차이가 없었다. 양천구 전세 물량은 오히려 감소했다. 537건에서 531건으로 줄어든 것이다. 임채우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은마아파트는 오래된 아파트라 전세가 저렴한데,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면서 이곳의 전세 물량은 어느 정도 숨통이 트였다"며 "그러나 계약갱신청구권이란 제도가 아직 있으니 물량이 더 많이 나오는 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임대차법으로 인해 전세 매물 자체가 들어간 영향이 커 한두 개의 지엽적인 규제가 풀리는 것만으로 시장 정상화까지는 어렵다는 뜻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임대차법으로 인해 시장가격과 규제가격 두 개가 존재하는 '이중가격'이 만들어졌다"며 "지금 당장은 법 때문에 규제가격이 시장가격으로 올라갈 수 없지만 이는 잠깐 유보된 것에 불과하다. 잠시 정체된 가격으로 묶어둘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임대차법을 손보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촌극이 반복되면서 정부의 정책에 협조한 이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점이다. 당장 2017년 8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내년 4월까지 집 팔 기회를 드리겠다"는 발언에 집을 판 사람이 부동산 정책의 최대 피해자로 지목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8년 4월 7억2166만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매매 평균은 지난달 11억4283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허공에서 4억원 가까이 증발한 셈이다.

[정석환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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