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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1년 중산층 서민 벼락거지 됐다"…정부 "갱신 늘었다" 자화자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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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3억대 전세 아파트 상승률
8억이상 고가 전세보다 더 높아

임대차법 폐지 요구 외면한채
당정, 계약갱신율 자화자찬만
◆ 임대차법 1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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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 상승폭이 최근 1년 새 예년 대비 10배 이상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정부·여당이 강행 처리한 임대차법 개정 후폭풍이다. 서울과 부산, 경기 등은 전세 매물마저 1년 새 반 토막 나며 매물 절벽도 현실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법 폐지를 주문하고 있지만, 정부·여당은 최근 되레 "임대차법으로 전세 시장이 안정화됐다"는 황당한 주장으로 국민에게 공분을 사고 있다. 26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6억3483만원으로 지난해 7월 대비 27.2%(1억3561만원) 올랐다. 전국 아파트 평균 전셋값 역시 3억1834만원으로 같은 기간 24.6%(6280만원) 상승했다. 세종(8864만원) 경기(8462만원) 등도 1년 새 전셋값이 각각 47.7%, 31.4% 폭등했다.

전세 상승폭은 고가 아파트보다 중저가 아파트에서 더 높게 나왔다. 서울 아파트값 상위 20%에 속하는 고가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지난해 7월 8억6820만원에서 올해 7월에는 10억9722만원으로 평균 26.4% 올랐다. 반면 아파트값 하위 20~40%에 속하는 중저가 아파트의 전셋값은 같은 기간 3억4987만원에서 4억5694만원으로 30.6% 상승했다. 임대차법은 전문가 대부분이 "도입할 경우 전셋값이 올라 국민에게 고통을 준다"며 반대한 대표적인 법이다. 임대차법 도입 전까지만 해도 전세 시장은 매매 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전국을 기준으로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017년 2.5%, 2018년 1.2%, 2019년 0%, 2020년 4.5%(7월 누계) 등 상승폭이 5%를 넘지 않았다. 서울 역시 같은 기간 2017년 4.8%, 2018년 5%, 2019년 2.5%, 2020년 5.2%(7월 누계) 등이었다. 5% 안팎에서 안정됐던 전세 시장이 임대차법 시행을 계기로 고삐가 풀려버린 것이다. 최근 1년간 서울의 평균 전세가격 상승률은 2019년 대비 10.9배에 달한다. 2017년부터 3년간 연평균 상승률(4.2%)과 비교해도 임대차법 도입 이후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폭이 6.5배가량 커진 것이다. 현재 전세 매물마저 급감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6일 기준 서울의 전세 매물은 2만5건으로 임대차법 도입 당시인 지난해 7월 31일 3만8427건 대비 48% 감소했다.

정부·여당의 임대차법에 대한 '아전인수식' 대응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날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임대차 계약갱신청구율이 임대차3법 통과 전 57%에서 77%까지 올라 20%에 달하는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 보호를 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정석환 기자 / 문재용 기자 / 유준호 기자]

매년 4% 안팎 오르던 서울 전세…임대차법 시행후 27% 폭등

임대차법으로 전세시장 혼란 1년새 전세 상승폭 6.5배 커져
"집주인이 들어와 산다는 말
그 말만 안해도 감사할 따름"
서민 주거불안 되레 커져 전문가 "시장질서 파괴하는
임대차법 폐지가 유일한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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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의 한 구축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는 A씨는 급등한 전세가격에 밤잠을 설치는 일이 늘었다. 2018년 4억원에 20평형대 가구 전세계약을 맺은 A씨는 지난해 6억원으로 한 차례 전세계약을 연장했다. 임대차 3법 시행 이전에 연장한 덕분에 계약갱신청구권을 한 차례 사용할 수 있지만 일대 전세가격이 급등해 같은 면적 아파트 시세가 10억원에 달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A씨는 "(재계약 때) 5% 이내 인상은 바라지도 않고 집주인이 들어오지 않겠다고만 하면 감사할 일"이라며 "문재인정부 초기 집값이 오를 때도 전셋값은 안정됐는데 이젠 전세는 물론 월세가격까지 급등하면서 불안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7월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를 시작으로 도입된 임대차3법이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을 혼란의 도가니로 밀어넣었다.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 불만을 제기하면서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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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3법이 유독 '악법'으로 꼽히는 이유는 이 법이 뻔히 전셋값을 급등시킬 거란 경고가 계속됐음에도 정부와 여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마저 건너뛰며 강행한 점이 꼽힌다. 이 밖에 결과적으로 서민층과 중산층에 직격탄을 날렸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시행 이후 초고가 아파트가 아닌 '중저가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더욱 높기 때문이다. 26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임대차3법 시행 이후 1년 동안 2분위·3분위·4분위 아파트가 5분위 아파트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평균 3억4987만원을 기록한 서울 2분위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이달 4억5694만원으로 30.6% 올랐다. 3분위와 4분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역시 각각 31.9%, 30%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5분위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같은 기간 8억6820만원에서 10억9722만원으로 26.4%(2억2902만원) 올랐다. 오분위 배율에서 '5분위'는 상위 20%에 속하는 아파트다. 초고가 아파트보다 중저가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높게 나타나면서 중산층·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중산층과 서민층을 벼락거지로 만든 대표적인 법'이란 말이 부동산카페 등에서 나오고있다. 2019년 12월 5억2000만원에 서울 영등포구에서 전세계약을 한 B씨 역시 높아지는 전세가격에 고민이 커지고 있다. 현재 B씨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같은 면적 전세가격은 지난 18일 8억3000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다. B씨는 "지금 전세가격이 이 집에 들어올 때 매매가격과 완전히 똑같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저축을 포기하고 집을 샀어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강남 지역, 외곽 지역을 가리지 않고 급등하는 추세다.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SK북한산시티 전용면적 84㎡는 최근 5억2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해 6월 3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7000만원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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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전용면적 59㎡는 3억9000만원(지난해 6월)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는데, 올해 5월 6억2000만원으로 2억원 이상 가격이 올랐다. 강남구 개포주공5차 전용면적 61㎡는 지난달 6억2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지며 지난해 7월 4억5000만원보다 1억7000만원 상승했다. 이 단지 전세 최고가는 지난해 12월 기록한 7억원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이 등장하면서 전세시장에 형성된 '이중가격'도 향후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개포주공5차 전용면적 59㎡는 임대차3법 시행 이후에도 최고가 7억원의 절반 수준인 3억~3억7000만원에 이뤄진 전세 거래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인상률이 5%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의 대표적인 인기 전세 아파트로 꼽히는 은마아파트(강남구 대치동)도 비슷한 상황이다. 은마 전용면적 84㎡ 역시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최고가(11억원)의 50~60% 수준에 머무는 전세 거래 비중이 높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매물이 사라지면서 주거 안정성도 없어졌다"며 "계약갱신청구권과 자유민주주의 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5% 상한선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규 임대차 5% 제한 역시 주거시설의 품질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내년 시장이 큰 혼란에 빠지기 전에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석환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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