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부동산

도시개조 성공하니 일자리 절로 생겨…디트로이트 `천지개벽`

최재원 기자
입력 : 
2018-03-20 17:42:25
수정 : 
2018-03-20 18:10:10

글자크기 설정

파산 5년만에 충격 벗어난 자동차 메카
◆ 도시가 미래다 리빌딩 서울 ④ ◆

사진설명
사람들이 붐비는 미국 디트로이트시 그릭타운 거리. 디트로이트에서 대형 카지노 시설이 있는 거리로 한때 찾는 이가 거의 없었으나 3~4년 전부터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사진 제공 = 디트로이트스톡시티]
디트로이트시 그릭타운의 그리스 요리 전문점 '산토리니'에는 밤 9시가 넘은 시각에도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로 붐볐다. 하루 일과를 마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텔레비전으로 스포츠 경기를 보거나 밝은 얼굴로 담소를 나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폐허와 범죄의 상징과도 같았던 도시의 '흑역사'는 찾기 힘들었다. 2013년 7월 18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부채를 갚지 못해 파산한 디트로이트시는 불과 5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에 정부와 민간의 효율적 도시재생 프로그램 진행으로 활력이 넘치는 도시로 되살아났다. 뉴욕타임스가 재작년 말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선정한 '2017년 방문할 52곳'에 선정될 정도로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것이다.

디트로이트시의 부활은 경제지표에서도 드러난다. 미국 경제분석청 자료에 따르면 디트로이트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 연평균 2.1% 성장해 미국 평균 성장률 1.5%를 상회했다. 1인당 평균소득도 5년간 연평균 6.2% 증가했다. 미국 평균 3.8%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사실상 죽은 도시나 다름없었던 디트로이트가 극적으로 살아난 데는 도시재생이 큰 역할을 했고, 글로벌 금융사 JP모건, 현지 부동산 대출 전문회사 퀴큰론 등 민간 금융사들이 주도했다. JP모건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간 누적 1억5000만달러(약 1600억원), 연간 2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JP모건 도시재생 지원은 살 만한 주거지 개발과 소규모 창업지원 두 부문에 초점을 맞춰 이뤄졌다. 지난 1월 찾은 디트로이트시는 여기저기서 저층 주거지 건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무조건 철거 후 신축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건물을 활용한 주거재생도 많았다. 사람들이 떠나 폐교가 된 학교는 다세대 주거 공간으로 리모델링 증축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아직 도심과 변두리 곳곳에 철거 후 개발되지 않은 나대지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머지않아 개발될 땅이다. 토샤 타브론 JP모건 사회공헌담당 부사장은 "디트로이트 시내에 낡은 빈집이 많아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다"며 "주거재생을 통해 사람이 모이니까 음식점이나 상점이 점차 늘어나면서 고용을 유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P모건 도시재생 프로그램의 핵심은 레스토랑, 커피숍 등 창업교육과 자금 지원이었다. 소수인종이 우선 지원 대상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까지 일자리 2000여 개가 만들어졌다. 일종의 사회공헌활동이지만 결과적으로 JP모건도 덕을 봤다. 타브론 부사장은 "다른 은행과 달리 JP모건의 디트로이트 고객 자산이 매년 두 자릿수로 증가하고, 시장 점유율도 26%로 2위(13%)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달라진 주거와 일자리 환경은 숫자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디트로이트시에서는 지난 5년 동안 총 3만5500건의 주거용 건축허가가 승인됐다. 연평균 4.9%씩 증가한 것으로 미국 전체 평균 1.9%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같은 기간 연평균 고용 증가율도 디트로이트가 2%로 미국 전체 평균 1.9%보다 높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주거재생이 진행되자 매년 1만명 이상씩 줄어들던 인구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1950년대 180만명이나 됐던 디트로이트시 인구는 계속 줄어들다가 최근 2~3년 70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공적 성격의 디트로이트시 산하 경제개발기구(DEGC)는 'Detroit is on the Rise'를 구호로 내걸고 도시 부활을 지원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 경기장 등 시설을 만들고 구글, 아마존 등 혁신기업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도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아마존 물류센터와 마이크로소프트 미래기술연구센터를 이미 유치했고, 구글 자동차연구센터와 포드 전기차연구소도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유수 기업들이 디트로이트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자동차 산업 관련 집적 효과뿐만은 아니다. 도시재생을 통해 살 만한 주거 공간을 다른 도시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 것도 주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신승훈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장은 "디트로이트의 집값과 물가는 실리콘밸리와 비교했을 때 5분의 1 수준으로 매우 낮다"면서 "도시재생을 통해 기업들이 활동하기에 매력적인 곳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12년부터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의 경우 2025년까지 도시재생을 통한 일자리 30만개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도시재생을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난 곳은 거의 없다. 대학연계형 도시재생 시범사업인 고려대 캠퍼스타운 조성을 통해 지난해 하반기 300여 개 일자리를 만들었을 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봉제산업 중심지인 창신·숭인 도시재생사업의 경우 서울 소재 대학 의류 관련 학과와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등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시리즈끝> [디트로이트 = 최재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