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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 재건축 시장 들썩이는데"…인수위 부동산전문가가 안보인다

조성신 기자
입력 : 
2022-03-20 10:01:02
수정 : 
2022-03-20 10: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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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다룰 경제2분과 산업 통상 기업인 뿐
새 정부 부동산 정책 `안갯속`

일각서 공약 차질 가능성 우려도
인수위 "부동산, 최우선과제 중 하나"

대선 이후 수도권 재건축 시장 들썩
집주인들 매물 거두고 매도호가 올려
사진설명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원희룡 기획위원장 등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사진 = 한주형 기자]
20대 대통령 선거 이후 수도권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당선인의 인수위원회(인수위)에서 부동산 전문가를 찾아볼 수 없어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번 대선은 사실상 '부동산 실패 심판' 성격이 짙었던 만큼 인수위 시절부터 부동산 정책에 무게를 실을 것이란 게 당초의 관측이었다. 그러나 인수위 인선만 보면 이런 예상은 빗나간 셈이다. 국토교통부가 국장·과장급 공무원을 파견하긴 하겠지만, 새 정부의 중요한 부동산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실질적인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지난 17일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경제2, 과학기술교육, 사회복지문화 등 3개 분과의 간사와 인수위원을 발표했다. 부동산 정책을 다루는 경제2분과의 간사로는 이창양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가 선임됐다. 인수위원으로는 왕윤종 동덕여대 교수와 유웅환 전 SK 혁신그룹장, 고산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가 선정됐다.

이 교수는 산업 정책·기술혁신 분야의 전문가로, 왕 교수는 디지털 경제와 신산업 분야 전문가로 각각 꼽힌다. 유 전 그룹장과 '우주인'으로 알려진 고 대표는 기업 전문가로 분류된다. 경제2분과에서 부동산 전문가로 평가할 만한 인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분야 별도 위원회가 구성될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부동산 정책이 문재인 정부의 실책으로 꼽히며 선거에 영향을 준 것을 고려했을 때 국민 관심도가 높아서다. 현재 구성된 특별위원회에는 지역균형발전특위와 국민통합특위, 코로나비상대응특위 등이 있다.

윤 당선인은 부동산 세제 개편,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의 부동산 공약을 예고하며 큰 폭의 정책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부동산 정책 밑그림을 그린 김성환 서강대 교수가 인수위원, 심교언 건국대 교수 등이 전문위원으로 활동할 가능성도 제기돼 왔다.

또 실무위원 중에서는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이 인수위에 파견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윤 당선인이 오세훈 서울시장에 인력파견을 요청하며 발탁됐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8·4 공급대책 당시 정부 주도의 공공재건축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해 논란을 빚기도 한 인물이다.

국토부는 공공주택 공시가격 발표를 앞두고 세 부담 완화 방안 등을 인수위와도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 더욱 난감한 입장이다.

이에 김 대변인은 언론 공지를 통해 부동산 전문가가 인수위원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인수위원은 기조를 정하는 선장의 역할이고 조타수 역할을 하는 전문위원, 즉 부처의 전·현직 공직자 등 현업에 밝은 전문가분들께서 전문위원으로 편입돼 활동하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민생 현안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부동산 문제다. 이 같은 심정을 담아 정권을 교체해주신 국민 뜻을 잘 헤아리고 있다.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尹 부동산 정책 "공급 확대로 안정 vs 투기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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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은 서울을 포함한 도심에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의 규제 완화 및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공동주택에 대해 정밀안전진단 면제 추진 공약을 제시했다. 사진은 지난 11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7년 만에 통과한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아파트 5단지 모습. [사진 = 박형기 기자]
윤 당선인은 부동산 주요 공약으로 5년간 250만 가구 공급을 약속했다. 이중 수도권에만 최대 15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도 내걸면서 민간 정비사업 시장이 활성화를 통해 공급이 늘어날 거란 기대감이 높다. 다만 정책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공급확대,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공약했지만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제에선 차이를 보였던 만큼 윤 당선인의 공약 실행이 다수당인 민주당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지나치게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면 부동산 투기가 고개를 들 거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 대통령 선거 이후 수도권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35층 룰' 폐지 등까지 더해지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각종 규제로 눌려있던 재건축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일시에 표출되는 분위기다.

건축 단지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두고, 매도호가를 높이고 있다. 대출규제 강화, 금리인상 등으로 움츠렸던 실수요자들도 시장 흐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지만, 공약이 실제 재건축 사업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여소야대' 정국이어서 더 그렇다. 자칫 공급은 안 느는데, 기대감에 집값만 자극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당선인은 재건축 사업의 '3대 대못'으로 불리는 안전진단·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분양가상한제를 모두 손보겠다고 약속했다. 재건축 사업 추진의 첫 관문으로 꼽히는 안전진단 규제와 관련해서는 30년 이상 노후 공동주택의 정밀안전진단을 면제하고, 현재 안전진단 항목 중 50%를 차지하는 구조안전성 비중을 30%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일단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낮추는 것은 국토교통부 자체 기준이라 법 개정 없이도 조정이 가능하다.

윤 당선인은 조합원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완화도 약속했다. 부담금 부과 기준 금액 상향, 부과율 인하, 비용 인정 항목 확대, 1주택 장기보유자 감면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재초환은 사업 기간 오른 집값 중 개발 비용 등을 뺀 초과 이익이 3000만 원을 넘으면 이 중 최대 50%를 환수하는 제도다.

재초환은 구조적으로 법 개정을 통해서만 완화가 가능하다. 다만 부담금 기준 금액 상향이나, 부과율 인하 등 법 개정 없이 가능한 부분도 있다. 재건축 사업성의 좌우하는 용적률 상향 적용도 법을 고쳐야 한다. 윤 당선인은 역세권 재건축 단지 등의 용적률 법적 상한을 최대 500%로 상향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번 선거 기간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재초환은 유지하고, '4종 주거지역' 신설 등을 통해 용적률을 올리겠다고 했다.

분양가상한제(분상제)도 재건축의 발목을 잡는 규제로 꼽힌다. 재건축 사업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2020년 하반기부터 분상제가 민간택지로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다수의 재건축 사업장에서 일반분양가를 더 많이 받으려는 조합과 정부간 이견이 이어졌다. 대규모 재건축 사업 추진이 지연되면서 아파트 공급난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윤 당선인은 토지비용과 건축비, 가산비 산정 방식을 바꿔 분양가 규제 운영을 합리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분상제는 시행규칙 개정 등을 통해 행정부 의지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분양가가 오르면 재건축 조합에는 이익이 되고 공급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지만, 무주택 수요자의 내 집 마련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윤 당선인 공약과 관련해 당장은 이미 법 개정에 돌입했다. 국민의 힘 조수진 의원 등은 지난 11일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다만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후 아파트에 안전진단 면제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집값이 급등할 수 있다는 시장 의견이 많아서다.

전문가들은 "윤 당선인의 공약 실행까지는 난관이 예상되지만, 시장에서의 기대감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부동산 시세는 미래 가치의 반영이기 때문에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질수록 투자 가치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것이다. 규제 완화를 통한 사업성 개선도 중요하지만, 사업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신호만 줘도 재건축 추진 동력이 커질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반면, 당장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매물은 더욱 줄고 수요자의 관심은 높아지면서 매도호가에 반영되는 흐름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나올 5월 당선인 취임과 6월 지방선거까지는 매수자가 추이를 좀 더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의 공약이 그대로 실행될지를 놓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있다. 다수당이 더불어민주당인 만큼, 공약과 관련해 법개정이 필요한 정책들은 국회에서 막힐 가능성이 있어서다. 공급확대와 함께 세금 완화까지 합쳐질 경우 부동산 투기가 성행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가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법 개정이 필요한 정책은 국회에서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또다른 전문가는 "공급확대와 세제 완화 두 가지 카드를 모두 꺼냈다. 일단 공급을 늘리는 건 좋지만 보유세 등 세금까지 확 풀어버리면 시장은 투기의 장이 될 수 있다"면서 "투기를 조장할 수 있는 공약은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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