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서울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면적 84㎡는 전셋값이 12억원 안팎이었는데 이날 9억8000만원에 새로운 매물이 나왔다. 곧 기존 전세계약이 끝나는 상황이지만 좀처럼 문의가 없어 2억5000만원 낮춘 것이다.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도 최근 9억5000만원짜리 전세매물이 출회됐다. 지난달 28일 11억7000만원에 세입자를 받았던 타입이다. 일주일 만에 2억2000만원이 빠졌다.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는 지난 1일 12억800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지만 이날은 11억원으로 낮아졌다. 리센츠 전용 84㎡ 역시 올해 초 14억원에 육박했던 전세 시세가 11억5000만원까지 내려왔다.
반면 서초구(0.00%→0.03%)와 강남구(0.02%→0.01%) 아파트는 전셋값이 상승했다. 강남구에서는 지난달 전세 신고가만 4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0차아파트 전용면적 151.93㎡가 직전 거래일 대비 4억원 오른 20억원에 새로운 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등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금리 조정 우려와 매물 누적 현상이 지속되면서 거래가 막혔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며 "임차인들 학군적으로나 위치적으로나 강남구와 서초구를 더 선호하게 되면서 송파구 전세시장이 침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도 "매매가 안 돼 전세로 돌렸는데도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 "급매물로 내놓기는 싫어서 고민", "이제 강남2구와 강동2구로 재편해야 할 듯", "일단 8월까지 기다려 보겠다" 등 송파구 아파트 소유주들이 고민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수요자들도 현재의 집값을 고점으로 인식해 선뜻 고액의 보증금을 걸지 않고 있다. 매매가격이 하락하면 자연스럽게 전세가격도 하락하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 2019년 7월 4억3908만원에서 지난 5월 6억3337만원으로 3년도 채 되지 않아 2억원 가까이 급등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임대차시장 안정화를 약속한 만큼 전셋값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준금리 상향에 월세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변동형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최저 연 3.59%에서 최고 연 5.67%다. 은행권 전세대출 금리 상단이 연 5% 선을 넘어서면서 세입자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번거롭게 대출을 받아 높은 이자를 감당하는 것보다 월세를 지불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 된 것이다. 통상적으로 월세시장에서는 보증금 1억원당 월세를 30만원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다. 은행에서 2억원을 연 4.5% 금리로 빌리게 되면 다달이 내야 하는 이자가 75만원에 달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다섯 달 동안 서울 아파트 전체 임대차 거래 건수는 9만850건이었다. 이 중 전세를 제외한 월세·준월세·준전세 거래가 3만5975건으로 전체의 39.6%를 차지했다. 잠실리센츠의 경우에도 지난 5월 월세 낀 임대차 계약이 36건으로 전세 계약 35건보다 더 많았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전세가격이 오랫동안 상승하면서 피로감이 누적된 데다가 한국은행이 하반기에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당분간 전세 수요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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