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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선 아직도 `억소리`…전문가 "이중과세, 차라리 폐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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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반응 살펴보니

진행 지지부진했던 조합들
부담금 낮아져 사업성 개선

재건축 망설이던 단지서도
조합설립 후 사업 속도낼 듯

서울 대부분은 부담 여전
"부동산 경기 나빠지는데
당분간 부과 유예 고려해야"
◆ 재건축 부담금 완화 ◆

사진설명
지난 7월 조합원 1인당 7억7700만원의 재건축부담금을 통보받은 서울 이촌동 한강맨션 아파트. 29일 정부가 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한강맨션은 여전히 수억 원의 부담금을 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환 기자]
정부가 재건축 대못 규제로 꼽혀왔던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도심 내 주택 공급 활성화와 향후 시장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모인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재건축에서 걸림돌이 돼온 '부담금 공포'가 일부 완화된 만큼 사업을 추진하는 데 속도가 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들을 중심으로 향후 부담이 줄어들어 환영한다는 긍정 평가와 유예 혹은 폐지를 희망했는데 아쉽다는 실망감이 교차하고 있다. 29일 매일경제가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이번 정부 발표가 현실화하면 재건축을 진행하는 주요 단지들에서 재건축 추진 동력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초과이익 산정 개시 시점이 조합설립 인가일로 조정되는 내용은 초과이익 감면폭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우려해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며 "면제금액 상향과 초과이익 산정 개시 시점 조정은 주요 단지들의 재건축 추진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그간 부담금 부과 사례가 손에 꼽을 만큼 드물었고 면제금액, 부과율 구간 등에 대한 제도 개선을 시장에서 꾸준히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향후 시장 혼선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며 "과다한 재건축부담금 부과로 재건축 사업이 위축되거나 지연되는 부작용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 서울 등 도심 주택 공급 확대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발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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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주택 가격 하방 압력이 커진 시장 상황은 사업 추진을 재촉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오학우 하나감정평가법인 평가사는 "조합설립인가 기간과 준공 예상 시점까지 기간이 짧아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측면에서는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며 "최근에 조합 설립이 이뤄져 개시 시점 주택 가격이 높고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사업이 종료되면 비용은 높아지고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급격한 금리 인상 기조와 함께 경기 침체 우려가 깊어지고 있어 사업 추진에 얼마나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궁극적으로 재건축부담금제도를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담금이 줄어들면 재건축을 추진하는 데는 긍정적이지만 개별 단지마다 체감은 다르다"면서 "특히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은 규제를 완화해도 지방과 달리 억 단위로 부과될 가능성이 높은데, 장기적으로는 제도 자체의 폐지까지 포함한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도 "면제 한도만 높여서는 턱없다. 지방처럼 부담금이 적은 일부 단지들은 부담이 작아져 사업에 나서겠지만 공급 확대의 핵심은 서울"이라며 "서울 대다수 단지들이 수억 원의 부담금을 통보받았고 많게는 7억~8억원도 있다. 최소 1억원에서 3억~4억원에 이르는 부담금을 어떻게 마련하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재초환의 본질적 문제는 실제로 손에 쥐지 못한 가상의 이익을 빼앗아간다는 것이다. 집값이 하락하면 부담금을 다시 돌려주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발표가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금은 금리 공포 국면으로 개발 재료에 둔감한 구조라 재건축 시장 반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기대감으로 호가가 상승할 수 있으나 지속적 흐름을 이어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함 랩장도 "주택 가격 하방 압력이 높고 금리 인상 및 경기 위축으로 인한 저조한 주택 거래와 구매심리 위축 등에 노출된 상태"라며 "재건축부담금 완화가 집값 불안의 도화선으로 작용하거나 투기적 가수요 유입에 영향을 미치는 건 당분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표에 대한 재건축 정비사업조합 등 시장 참여자들의 평가가 교차하고 있다. 안중근 수도권 재건축·재개발조합 연합회장은 "부과 기준을 1억원 이상으로 두고, 조합설립인가일로 개시 시점을 미루는 것에 대해 만족은 아니지만 주민들이 환영할 수 있는 분위기는 될 것 같다"며 "다만 경기 상황도 나빠지고 최근 인위적으로 공시가격을 끌어올리면서 부담이 커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부가 당분간 재초환 부과를 유예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건축을 준비 중인 일부 단지들은 손익 계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최근 부담금 예상액을 통보받은 수도권 A조합은 "추진위원회 설립은 수십 년 전에 됐지만 조합 설립은 5년 전에 이뤄졌고, 이는 아파트 가격 급등 시기와 겹친다"며 "사업시행인가 시점으로 개시 시점을 옮기지 않으면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단지는 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정석환 기자 / 유준호 기자 /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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