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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 폭탄에 강북 재개발 줄줄이 좌초

최재원 기자
입력 : 
2017-11-17 16:03:22
수정 : 
2017-11-18 08: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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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3·정릉5, 조합·추진위 취소…장위15·정릉1은 구역해제 수순
분양권 전매·5년 재당첨 등 금지…보존방식 재생 추진에 사업성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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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잇달아 좌초된 서울 성북구 정릉동 일대 주거밀집지역 전경. [매경DB]
서울 강북 지역의 재개발 사업이 최근 줄줄이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강북 지역은 재개발 후 수익성이 서울 강남이나 한강을 끼고 있는 다른 자치구에 비해 떨어져 사업이 장기간 지체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재개발 조합원의 분양권 전매제한, 5년 재당첨 금지 등 부동산 규제가 대폭 강화된 후 투자 매력이 줄어든 반면 추진 지역 내 반대파 주민들 목소리는 더 커진 게 사업 중단 결정의 원인으로 파악된다. 17일 서울시와 자치구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성북구에서만 총 5개 재개발·재건축 추진 단지가 조합설립인가 취소 등 사업 진행 중단이 결정됐다. 올해 1~10월 사업 취소건이 4건, 지난해에는 연간 2건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사업 취소가 두드러지게 늘어난 것이다. 성북구청은 지난 9일 성북 제3구역 조합설립인가 취소 및 사업시행폐지인가 처리를 결정했다. 또 정릉5구역에 대해서는 서울시 정비구역 해제 결정(지난달 10일)에 따라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을 취소했다고 공고했다.

같은 날 장위15재정비촉진구역은 주민의견조사 결과 사업 찬성자가 50% 미만으로 조사돼 서울시장으로부터 직권 해제 대상 구역으로 통보받았다고 공시했다. 조합원 상황에 따라 수억 원대에 달하는 추가분담금 때문에 사업성이 없다고 보는 쪽과 개발 이후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쪽이 맞붙어 사업 추진이 난항을 겪던 가운데 결국 사업 중단이 최종 결정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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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릉1구역도 지난달 주민의견조사 결과 사업 찬성률 50% 이상을 얻지 못해 정비구역 해제를 추진하기로 지난 6일 결정했다. 성북구는 돈암동 일대 동선1구역도 서울시 정비구역 해제 결정에 따라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을 취소했다. 성북구는 8·2 부동산대책 이전인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길음뉴타운을 중심으로 재개발 아파트 분양이 잘됐고 '갭투자(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을 대상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투자 방법)'까지 성행했던 곳이다. 그러나 정부가 8·2 대책을 통해 재건축뿐 아니라 재개발 지역에도 조합원 분양권 전매제한(관리처분인가부터 소유권 이전등기까지)을 적용하고 조합원에 대해 5년 재당첨 금지 규정까지 적용하기로 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다른 재개발 지역에 주택을 여러 채 갖고 있어도 한 곳에서 조합원 분양을 받은 후엔 5년간 다시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라며 "또 분양권을 입주 전에 팔기도 힘들어지면서 사업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릉1구역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지역은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이 많았는데 부동산 경기도 다들 꺾인다고 하니까 개발 후 확실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떨어지면서 더 이상 추진 동력을 갖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재개발 열기 냉각은 강북지역 전체로 번질 공산이 크다. 성북구보다 위쪽에 위치한 강북구의 미아4-1재건축구역도 지난 6일까지 구역 해제 결정을 위한 주민의견조사 결과 찬성률이 50%를 넘지 못했다. 무효표 가운데 오는 24일까지 보완이 이뤄지면 절반을 넘길 가능성도 있지만 사업 진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서울시가 전면적으로 철거한 후 재개발보다는 기존 도심을 살리면서 공원 조성 등을 하는 방식의 도시재생뉴딜을 밀고 있는 것도 재개발 진행 사업들이 좌초되는 배경 중 하나다.

종로구 옥인1구역의 경우 서울시가 올해 초 한옥 등 문화유산 보존을 이유로 관리처분계획 반려 처분을 내렸고, 조합이 반대해 소송을 걸어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서울시에 대해 직권해제 집행정지를 결정한 상태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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